[사설] (25일자) 새 농림장관이 해야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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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법원의 새만금 공사 중단 결정에 반발해 사퇴한 김영진 전 농림부장관 후임에 허상만 순천대 교수를 임명했다.
새 장관의 어깨에 걸린 책임은 막중하다.
무엇보다도 정부와 전북도, 환경단체 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새만금 공사 문제는 우선 풀어내지 않으면 안된는 과제다.
새만금 사업은 사법부가 환경단체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형 국책사업에 제동을 거는 초유의 사태가 일어난 상황이다.
이에대해 전북도는 새만금 사업이 중단될 경우 위도 원자력폐기물 처리장 유치신청과 전국체전을 반납하겠다고까지 나오고 있다.
새 장관은 이들의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1조5천억원이나 투입된 대형 사업이 국익에 맞게 활용될 수 있도록 조정해 나가야만 한다.
그런 역할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판결이 마음에 안든다고 주무부처 최고책임자가 불쑥 사표를 던지는 것은 결코 이해할 수 있는 일이 못된다.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는데도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
FTA는 세계적 추세로 이미 1백84건이 체결되고 70건이 진행중이다.
국회에서 차일피일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이 큰 원인이긴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세계무역질서에서 한국만 외톨이가 될 형편이다.
물론 국회의원들이 농민들의 반발을 의식한 때문이겠지만 세계적 흐름으로 볼때 FTA를 외면하기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외 세계무역기구(WTO)가 추진하고 있는 도하개발아젠다(DDA) 농업협상, 쌀시장 개방 재협상, 공급과잉 사태를 빚고 있는 낙농가 문제 등 농업과 관련된 현안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오는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WTO 각료회의에서는 농업분야에 관한 세부원칙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내년의 쌀시장 개방 재협상에서는 현재의 최소시장 접근방식이 아니라 수입쌀의 관세화 여부가 중점 논의될 예정이다.
새 장관은 한국이 외톨이가 되지 않으면서 최대한 농업과 농민을 보호할 수 있는 길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궁리하고 방향을 제시해 나가야 한다.
인기를 의식해 농민단체 편에만 서서 될 일도 아니고 그렇다고 힘으로 농민들을 윽박지르기만 해서 될 일도 아니다.
우리는 한국 농업의 구조적 문제는 누가 농림부 장관이 되더라도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새 장관은 다음 세대의 농업 위상이 어떻게 변할 지에 대해 분명한 시각과 확고한 소신을 갖고 장기적 안목으로 흔들림없이 임해주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