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아동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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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웃이건 친척이건,나를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혐오하게 되었다. 내게 남겨진 것은 오직 증오뿐이었다."
"나에겐 남아있는 꿈이 전혀 없었으므로 희망이니 신념이니 하는 단어들은 오직 동화 속에서나 나오는 공허한 글자의 나열에 불과했다."
최근 출간된 미국인 데이브 펠처의 '어둠의 아이(원저 A Child called it)'에 나오는 이 절망적인 글들은,어린 시절 저자 자신이 겪었던 자전적 이야기여서 더 큰 충격을 주는 것 같다.
데이브는 팔이 부러질 정도의 매질을 견뎌야 했고,욕실에 갇힌 채 암모니아 가스를 마셔 질식한 적도 여러번이었다고 한다.
배가 고파 음식을 훔쳐 먹었다는 사실이 들통나면 뱃속의 음식물을 토해내는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았다.
이러한 일들은 다름아닌 바로 친어머니로부터 당한 것이었다.
이러한 야만적인 아동학대는 우리 주위에서도 종종 사회적인 문제가 되곤 한다.
아버지의 폭력이 두려워 초등학생이 자살하는가 하면,매질을 당해 가출을 하고 온 몸이 시퍼렇게 멍든 아동들이 보호소로 보내지는 경우가 해마다 크게 늘고 있다.
일단 부모와 격리시키는 것이다.
문제는 아동학대 판정의 기준인데,엊그제 아동학대예방센터가 20개 항목의 사정척도를 마련했다는 소식이다.
이 중 심하게 눈치를 보거나 장기간 결석하는 경우 등 10개 이상의 학대징후가 확인되면 피해아동은 곧바로 격리조치할 수 있도록 했다.
아동학대는 부모의 경제적인 이유와 순탄치 않은 부부관계,개인적인 성격에서 비롯되고 있는데 자신의 스트레스를 자녀를 통해 해소하는 게 보통이다.
아동학대는 정신적 신체적으로 괴롭히고 혹독하게 대하는 것이어서 아이들의 성장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은 두말 할 나위 없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동의 안전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학대행위를 하는 부모를 엄하게 다스리고 있다.
우리나라도 '아동학대방지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지만 "자녀 양육은 부모가 알아서 할 일"이라는 생각으로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다.
아동학대는 이제 강건너 불 보듯 할 문제가 아니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