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 다시 대치] 재계, 조속한 입법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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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가 주5일 근무제의 입법화에 목청을 높이는 것은 금속노사의 임금삭감 없는 주5일 근무제 타결이 전 사업장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될 것을 우려해서다.
기업들은 법정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4시간 줄이는 대신 월차 생리휴가 등을 폐지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기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민주노총 산하 금속연맹의 '협상 전위부대'격인 금속노조의 파업 위협에 밀려 산별교섭 사용자대표들이 '백기'를 들어버리자 현대자동차 등 다른 사업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재계는 노동계에 밀려 단체협약에서 휴가일수나 임금을 줄이지 않은 채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나중에 주5일근무제 관련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법률의 실효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법이 정한 근로조건에 미달하는 단체협약은 무효이나 법을 상회하는 근로조건은 유효하기 때문이다.
◆ 중소기업 직격탄
현대자동차의 경우 휴가일수를 조정하지 않은 채 주40시간제(현행 42시간)를 시행할 경우 연간 4% 이상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협력업체의 인건비 상승도 원청업체로선 부담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에 비할 것은 아니다.
중소기업들에 주5일 근무제는 초과근무수당(50%) 부담으로 사업 유지가 불가능할 정도의 직격탄이다.
실제 국회에 계류중인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1백명 미만 중소기업은 주5일 근무제의 시행시기를 2006년 이후로 유예해 놓았으나 금속노조에 속한 중소기업들은 당장 올 10월부터 인건비 부담이 늘게 됐다.
재계 관계자는 "대형 사업장은 경영개선을 통해 인건비 부담을 만회하더라도 인건비 비중이 높은 한계기업들은 한두 달 뒤 도산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영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은 "임금삭감 등 근로조건 후퇴 없는 주5일 근무제는 우리 경제상황에서 아직 시기상조"라며 "금속노사의 합의와 같은 형태로 중소기업에 주5일 근무제가 시행되면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로 당장 성장동력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영배 경총 전무는 "강성 노조의 기업들이 단협을 통해 주5일 근무제를 실시하면 우리나라는 최장의 휴일과 최고의 인건비 압력을 받게 된다"고 주장했다.
◆ "그래도 정부안이 낫다"
재계는 지난해 10월 정부가 주5일근무제 법안을 입법예고할 때만 해도 "시기상조"라며 정부안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참여정부가 친노성향의 노동정책을 펼치고 이에 편승한 노동계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주5일 근무제를 밀어붙이자 재계 입장은 '정부안 찬성' 쪽으로 급선회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정부안이 일본 등 선진국의 휴가일수ㆍ시간외수당 할증률과 비교할 때 미흡한 점이 많으나 주5일 근무제의 합리적인 정착을 위해 법안 통과를 찬성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이같은 분위기에 노동계는 40일까지 쓸 수 있는 연차휴가일수를 15∼25일로 줄이려는 정부안이 경영계 입장을 반영했다며 국회 통과를 저지하고 있다.
또한 초과근무수당과 시행시기를 놓고도 정부와 재계, 노동계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재계는 하루빨리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법안이 통과돼 기준이 마련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17일 '노사관계제도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홍보책자를 내고 "국제노동기구(ILO) 기준에 맞게 산전ㆍ후 휴가가 상향조정되고 모성보호가 강화됐으므로 유급 생리휴가는 폐지돼야 한다"고 주장한 것도 재계의 절박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정구학ㆍ이계주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