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우석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50). 생명복제 분야 국내 최고 권위자다. 지난 99년 국내 최초로 복제소 '영롱이'를 탄생시키면서 화제에 올랐다. 복제 동물은 오래 살지 못한다는 통설을 깨트린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래서 '복제소의 아버지'로도 통한다. 황 교수를 최근 서울대 관악캠퍼스에 있는 연구실에서 만나봤다. 황 교수는 "광우병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제거한 소가 임신중"이라며 "연말 쯤에 송아지가 분만되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전자 조작을 통해 특정 질병에 저항성을 가진 소를 탄생시키는 기술은 광우병 등을 예방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이다. 아직까지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사례가 없다. 황 교수는 송아지를 성공적으로 분만하면 2∼3년 동안 진행될 저항성 검증 및 안전성 검사 작업에 본격 착수할 계획이다. 또한 인공합성이 불가능한 인체 내 생리활성 물질을 소나 돼지의 젖과 오줌을 통해 만들어내는 연구도 막바지 단계에 있다고 덧붙였다. "사람 몸에서 생리활성 물질 분비를 유도하는 유전자를 돼지에 주입시키는 연구를 통해 이미 성공적인 결과물을 얻었습니다." 그는 "올해 말께는 돼지에서 사람의 특정 유전자가 발현되는 연구 결과를 공식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사람의 일반 유전자를 돼지에서 발현시킨 종전의 형질전환 돼지보다 한단계 높은 기술이다. 이 연구 결과가 상용화될 경우 돼지를 통해 인슐린 같은 물질을 얼마든지 얻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 황 교수의 설명이다. 황 교수는 사람 세포를 복제해 배반포까지 성장시킨 연구 결과를 발표,생명공학의 윤리문제를 둘러싼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시민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유전자 조작을 포함한 생명공학 연구에 관한 그의 철학은 분명하다. 그는 과학 연구와 사회 윤리 연구가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단순히 연구를 위한 연구가 아니라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고 사회적인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연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 저항성 소 연구사업에 과학자는 물론 법학 사회학을 전공한 교수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장기 이식용 돼지 개발에 뛰어들 계획이다. 인체에 이식될 수 있는 심장 폐 췌장 등을 가진 돼지를 개발,의학연구에 새 이정표를 만든다는 포부다. 그는 요즘 돼지에서 개로 장기를 이식하는 실험을 하고 있으며 10월부터는 돼지에서 원숭이로의 이식을 추진할 예정이다.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불가능한 뇌나 척추 등을 재생시키는 세포치료법 개발에도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연구과제 가운데 1∼2개는 반드시 세계 일류 수준까지 발전시킬 것"이라고 거듭 힘주어 말했다. 장원락 기자 wr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