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위 초고속 인터넷서비스업체인 두루넷의 인수경쟁은 일단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2파전으로 압축됐다. 두루넷 공개매각의 주간사인 삼정KPMG컨소시엄은 15일 기업 공개매각을 위한 인수의향서 접수마감 결과 LG그룹의 계열사인 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한때 두루넷 인수의사를 보였던 KT는 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인수의향서 접수마감=데이콤과 하나로통신이 의향서를 제출함에 따라 두루넷은 특별한 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LG그룹 관계사가 인수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게 됐다. 두루넷 인수에 가장 적극적인 데이콤이 LG계열사인데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LG가 실권주 전량인수를 조건으로 5천억원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어 LG의 지배아래에 놓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관계자들은 "두루넷 인수와 관련해 어떤 식으로든 LG그룹 차원의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홍식 ㈜LG 통신사업 총괄사장도 "두루넷을 인수한 뒤 하나로통신측에 경영권을 맡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접수 결과에 반발하는 두루넷=두루넷측은 인수의향서 접수 결과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가장 바람직한 인수기업으로 여겼던 KT가 참여하지 않는 것에 대해 정부개입설을 제기하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두루넷 관계자는 "KT가 두루넷 인수시 초고속통신망사업의 시장점유율이 50%를 넘어서 공정거래법상 독과점 시비에 휘말릴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공정거래법은 법정관리 기업의 매각엔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SK텔레콤이 신세기통신을 인수할 때 시장점유율 50%를 초과해 문제가 됐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데이콤과 하나로통신 두 회사의 입찰 참여는 사실상 LG의 단독 입찰이나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LG측이 협상에 유리한 위치에 놓인 점을 활용해 채권단에 과도한 부채탕감을 요구할 수 있어 헐값매각 시비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채권단측은"기업가치의 실사결과를 바탕으로 적정한 가격에 매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향후 전망=업계에선 KT가 이날 초고속망의 독과점 우려에 대한 여론의 부담을 의식해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지만 8월25일 입찰일 이전에 의향서를 낼 수 있는 길이 사실상 열려 있어 여건이 허락하면 뒤늦게라도 발을 들여놓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LG측과 채권단의 의견조율이 순조롭지 못할 경우 KT를 대안으로 검토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두루넷측은 이날 의향서 접수마감에 관계없이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일인 내달 29일까지 KT측의 참여를 유도하기로 했다. 삼정KPMG컨소시엄은 이와관련,매각에 유리하다고 판단될 경우 의향서를 추가로 받을 수 있다고 공고를 냈다. 두루넷 인수전은 일단 LG그룹에 유리한 국면을 맞고 있지만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마무리될때까지 향배를 속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윤진식 기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