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減稅보다 정책안정을..羅城麟 <한양대 교수·경제금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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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여당과 야당이 필요성에 대해선 공감하면서도 그 방법을 둘러싸고 논란을 벌였던 경기부양대책에 대해 합의를 보았다.
그간 논란의 핵심은 여당이 재정확대를 선호한 반면 야당은 감세정책을 중시한 것이었다.
결국 여야가 합의해 본회의에 상정한 안은 추경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3천억원 늘린 4조5천억원 정도로 도입하고,자동차 에어컨 프로젝션 PDP-TV의 특소세율 인하와 더불어 연소득 3천만원 이하 저소득층의 근로소득세 부담을 낮춘다는 내용이다.
합의안의 효과나 여야 주장의 옳고 그름을 논하기에 앞서 현 시점에서 경기부양책이 필요한가에 대해 먼저 언급할 필요가 있다.
필자를 포함한 많은 경제전문가들은 지난 5월 노대통령의 방미 이전까지만 해도 경기부양책의 도입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그 이유의 하나는 경기회복을 위한 근본적인 정책은 취하지 않고 정부가 앞장서서 경제를 망가뜨려 놓고 편법적인 경기부양책을 쓰려 하기 때문이었다.
다른 하나는 경제가 급격히 침체되면서 정부가 진보성향의 개혁정책 친노조적 노사정책과 같은 정책 불확실성을 스스로 해소해 나가려는 의지를 보이기 시작했고,또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핵문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지면 시장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과 감세정책으로 인해 미국경제가 살아나면 편법적인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고도 우리 경제가 서서히 회복될 징후를 주목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불행히도 한·미정상회담 이후 북핵문제가 악화되고 노사갈등이 심화되면서 경제가 계속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이제 그 효과는 차치하고라도 경기부양책을 쓰지 않을 수 없는 단계에 이르렀다.
경기부양책의 방법을 둘러싸고 재정확대냐 감세냐 하는 이분법적 논란은 사실 별 의미가 없고 중요한 것은 현 시점에서 경기부양책의 원칙이다.
그 원칙은 크게 두 가지여야 한다.
첫째는 도입된 경기부양책이 비록 단기적일지라도 경기부양효과가 있어야 하고 둘째는 심화되고 있는 국가채무와 재정건전성문제를 지나치게 악화시키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다.
먼저 경기부양효과와 관련해선 현재 가계부채 규모나 소비자들의 심리상태를 감안할 때 근로소득세와 특소세를 일부 감면해 준다고 해서 내수가 바라는 대로 증대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특소세 인하는 구매시기를 앞당김으로써 반짝효과는 있을 수 있겠으나 중장기적인 효과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감세보다는 추경예산 편성을 통한 재정확대가 상대적으로 내수진작 효과가 더 있을 것이다.
그러나 추경예산을 도입하더라도 원래 여야간에 합의를 본 4조1천7백억원보다 더 확대한 것은 재정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기에 바람직하지 않고 오히려 각 정부부처의 불용액을 찾아내 올해 안에 적극적으로 집행하도록 독려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또 추경예산은 가능하면 소비성 지출이 아닌 생산적 지출에 투입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 다음 감세정책의 경우 한·미통상합의 사항으로 어차피 개편하게 되어 있는 자동차특소세율을 우선적으로 인하하는 게 바람직하다.
근로소득세 소득공제 확대는 언뜻 저소득층의 인기를 끌 수 있을진 모르나 그 규모로 보아 세부담경감효과나 경기부양효과가 미미한 반면 오히려 재정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
특소세의 경우 현재 자동차 특소세 외의 다른 상품에 대한 특소세 인하는 세수손실을 고려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고 만약에 추진하더라도 기본세율의 인하보다는 탄력세율을 활용하는 것이 소득재분배와 세수확보라는 특소세 본연의 기능을 저해하지 않는 방안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번에 불가피하게 경기부양책을 도입하지만 그 효과는 미약하거나 일시적일 뿐이기에 우리 기업과 경제의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이고 현재 경기침체의 원인이 된 다른 요인들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노사관계 안정,북핵문제 해결,투자를 가로막고 있는 불요불급한 규제의 완화와 기업활성화,섣부른 진보정책으로 인한 정책 불확실성의 제거 등이 그에 해당할 것이다.
hwalin111@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