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의 계절이다. 6월말쯤부터 꽃방울을 터뜨리기 시작해 8월말,9월초까지 계속되는 연꽃은 지금부터가 제 철이다. 분홍빛이 고운 홍련(紅蓮)은 홍련대로,순백의 청순함이 고결한 백련(白蓮)은 백련대로,물 위에 꽃잎을 펼친 수련(睡蓮)은 수련대로 아름답다. 어느 시인의 말처럼 진흙에서 나왔으면서도 물들지 않고,맑은 물결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아서일까. 서해안고속도로 서김제나들목에서 29번 국도를 타고 군산쪽으로 10분쯤 달리자 '제2회 하소백련 축제'를 알리는 플래카드가 군데군데 눈에 띈다. 지난 98년부터 백련을 심어 1만6천여 평의 연지(蓮池)에 1백50여종의 연을 심어 놓은 김제 청운사(063-542-8943)의 백련축제다. 절 앞에 당도하자 장맛비 속에서도 연꽃을 구경하러 온 사람들과 차들이 적지 않다. 연지가 절 아래쪽에 있어서 백련이 먼저 사람을 반긴다. 청운사의 백련지는 모두 9개.그래서 이 절 주지 도원 스님은 청정한 극락정토를 상징하는 '구품연지(九品蓮池)'라고 이름 붙이고 연지의 주위를 연등으로 둘러놓았다. 지난달 18일부터 꽃이 피기 시작했다는 백련은 이제 한창 꽃망울을 터뜨리는 중이다. 논밭을 연지로 만들었기 때문에 논두렁을 따라,혹은 원두막에 앉아 연꽃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산을 든 채 연꽃 구경에 나선 아낙네들은 "예쁘다,정말 예쁘다"를 연발하고,화가와 사진작가들은 백련의 아름다움을 담느라 삼매지경이다. 연꽃 구경 후에는 구품연지 옆의 '하소 수자타'에서 백련 음식과 백련차를 즐길 차례다. 백련무침,백련칼국수,연자죽,연자반 등이 구미를 당긴다. 올해로 두번째인 청운사의 백련축제는 27일까지 계속된다. 백련음식을 즐긴 다음에는 백련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는 충남 아산시 신창면 읍내리의 인취사(041-542-6441)로 향한다. 인취사에 백련이 심어진 것은 15년 전.주지 혜민 스님에게 간송미술관 최완수 실장이 갖다 준 백련 세 뿌리를 잘 키워 8백여평의 연못을 가득 채웠다. 백련 외에 비닐하우스와 다른 연지에도 1백여종의 연을 키우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인취사 백련은 제철이 아니다. 절마당의 원형 수반과 비닐하우스 등에는 이미 연꽃이 피기 시작했지만 백련은 장마철을 피해 이달말부터 꽃이 필 것이라는 게 혜민 스님의 설명이다. 백련이 한창 꽃망울을 터뜨리는 이달말이나 다음달 초에는 전국의 시인·묵객과 예술인 등이 모여 시를 읊고 노래를 하며 백련차를 나누는 '백련시사(白蓮詩社)'가 열리는데 올해로 10회째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