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업종' 집중분석] '베이비시터 파견업' ‥ 가맹점주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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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르릉, 따르릉…'
'일어나란 말이야 지금이 도대체 몇신데…'
새벽 4시에 맞춰 놓은 자명종 시계와 휴대폰 알람이 잇따라 울려댄다.
오늘은 도무지 눈이 떠지질 않는다.
아내와 옥식각신 하느라 날밤을 새웠기 때문이다.
정진혁씨(36).
인천에서 베이비시터 가맹점(하이버디 부천점)을 운영하고 있다.
며칠전 한 아기 엄마가 찾아왔다.
남편과 헤어져 애를 혼자 키워야 한다며 울먹였다.
한달에 60만원밖에 낼 수 없지만 아기를 두달만 맡아달라고 매달렸다.
책정요금의 20%도 안되는 돈이다.
고민 끝에 정씨는 아내에게 "우리가 직접 봐주자"고 제안했다.
아내는 얼굴이 새파래졌다.
"왜 내가 남의 애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느냐"며 따졌다.
정씨는 일순간 아내가 야속해졌다.
끝내 아내의 승낙을 받아냈지만 마음은 영 개운치 않았다.
새벽 4시10분.
오토바이를 타고 집을 나선다.
근처 우유대리점으로 간다.
오토바이 짐칸에 우유를 가득 싣고 인천시 만수동 일대 주택가를 돌며 배달한다.
우유배달은 지난해초 시작했다.
베이비시터 가맹점을 오픈한 직후였다.
"창업 초기 빈손으로 집에 들어가는 날이 허다했습니다. 우유배달이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처음 몇달 동안은 아내에게도 비밀에 붙였어요.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른 지금도 그때 참담했던 심정을 잊지 않으려고 계속 우유를 나르고 있는 겁니다."
3시간에 걸친 우유배달을 끝내면 집으로 돌아와 출근 준비를 한다.
전철 1호선 동암역 옆에 있는 사무실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8시15분.
오전에 한 고객에게 베이비시터 한명을 소개해줬다.
이어 YWCA, 여성교육센터, 가천길대학, 부천대학 등을 한바퀴 돈다.
괜찮은 베이비시터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오후 2시.
몰고다니는 스포티지 차 안에서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꺼냈다.
자동차 안은 그에게 거실이자 식당이다.
식사시간은 단 7분.
오후 내내 인천시내 아파트단지들을 돌며 부녀회장, 관리소장들을 만난다.
홍보활동의 하나다.
오후 8시.
귀가해도 쉴 틈이 없다.
고객 데이터 정리, 시터 교육자료, 전단지 제작 일이 남아 있다.
새벽 1시에야 잠자리에 든다.
장규호 기자 sein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