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실패'에서 배운다] '제조업 强國' 이제는 옛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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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강 제조업의 독일은 그 곳에 없었다.
'복지병'의 골은 깊어만 가고, 기업들은 줄줄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한때 '전차군단 독일'의 상징이었던 대(大)철강그룹(티센크룹)이 발행한 채권이 '정크(투기등급)' 판정을 받는 수모를 당할 정도다.
독일의 쇠락은 '지하경제'의 급속한 번식에서도 확인됐다.
베를린 샤로텐부르크에 살고 있는 전직 교사 볼프강 슈톨씨.
그는 최근 분양받은 집을 임대하기 위해 바닥재를 새로 깔면서 '슈바르츠아르바이터(Schwarzarbeiter)'를 고용했다.
슈바르츠아르바이터는 직역하면 '검은 노동자'.
의료보험 실업보험 등 각종 사회부담금과 과중한 세금을 피해 '암(暗)시장'에서 일하는 불법 노동자를 독일인들은 검은 노동자라고 부른다.
폴란드 터키 등에서 넘어온 불법 이민자들 뿐만 아니라 순혈 독일인 실업자들도 암시장에서 일하고 있다.
그들은 월급의 60∼70%에 달하는 실업수당을 타먹으면서 몰래 부수입을 올리는데 열중하고 있다.
기업들도 공공연히 암시장 노동자를 채용하고 있다.
30∼40명의 단속반원들이 건설현장에 들이닥쳐 불법 근로자들을 색출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
건설근로자의 경우 정상적으로는 시간당 평균 15유로(1만8천9백원)를 지급해야 하지만 암시장 노동자를 고용하면 절반인 7유로(9천4백50원)면 된다.
'불법'에 대한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잘 짜여진 복지국가 독일을 떠받쳐온 기둥들이 밑동에서부터 썩어가고 있는 것이다.
독일은 세계 최초로 국민연금 제도를 도입하고 가장 완벽한 사회복지 제도를 시행해 전세계 노동자들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아왔다.
그러나 과중한 세금과 사회부담금, 노조 중심의 기업문화는 독일을 서서히 지하경제로 지탱하는 '노쇠한 대국'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베를린=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