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카메룬 축구대표 선수가 프랑스 파리에서 벌어진 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전 경기중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가 쓰러지던 순간은 볼을 다투는 상황도 아니었고 상대 선수와 별 다른 신체접촉도 없었다. 가만히 서 있다가 축구장 잔디밭에 그대로 푹 쓰러지고 말았다. 의료진의 심폐소생술에도 불구하고 그는 1시간여 만에 끝내 숨졌다. 무더위로 인해 일어난 전형적인 돌연사였던 것이다. 돌연사를 경계해야 할 여름철이 다가왔다. 돌연사는 왜 일어나며 돌연사를 막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본다. ◆ 돌연사 원인은 심장병 돌연사 또는 급사는 증상이 나타난 후 1시간 내에 사망하는 갑작스런 자연사를 말한다. 돌연사는 거의 심장병 때문에 생긴다. 따라서 돌연사는 대개 돌연 심장사를 의미한다. 80∼90%의 돌연 심장사는 관상동맥 질환(심장 근육에 피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동맥경화로 좁아져 피 공급이 잘 되지 않는 병)이 그 원인이다. 돌연 심장사는 1년에 인구 1천명당 1∼2명의 비율로 일어난다. 전체 사망 원인 가운데 돌연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젊은 연령층일수록 높다. 돌연사는 주로 남자에게 많으며 여자에 비해 4배 정도 더 높다. 돌연사는 화약고가 터지는 것과 같다. 화약고가 폭발하려면 화약과 불씨가 필요한데 심장 근육 및 혈관의 구조적 결함이 화약이며 내외적 스트레스가 불씨 역할을 한다. 돌연사의 마지막 단계로 심장의 혈액순환 기능이 상실되는 치사부정맥(致死不整脈·죽음의 심장 율동)이 생기면 화약고가 폭발해 사망에 이르게 된다. ◆ 아침이 위험하다 심장 발작은 아침에 많이 일어난다. 아침은 의식적으로나 무의식적으로 하루를 준비하는 스트레스가 시작되는 시간이다. 누운 자세에서 일어나 활동하면 교감신경이 흥분하게 된다. 이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가 늘어나면 혈관이 수축되고 혈전이 만들어져 혈관 내의 콜레스테롤 종기가 터지기 쉬운 상태가 된다. 동시에 혈압이 상승하고 맥박이 높아져 심장에 부담을 준다. 산소 부족을 일으키는 이런 현상은 심장 근육에 영향을 주어 치사부정맥을 일으킨다. 심장사의 12∼15%는 수면 중에 일어나는데 수면 중 교감신경이 흥분되는 시기에 심장 발작이 일어난다. 정신적 스트레스 가운데 분노 적개심 및 우울증이 돌연사를 일으킨다. ◆ 심폐를 소생시켜야 한다 돌연사는 응급구조 조치를 취해 생명을 유지시켜 환자를 병원으로 빨리 옮기는게 최선의 방법이다. 기초적인 생명 유지 방법에는 심장 마사지와 인공호흡이 있다. 심장 질환을 앓거나 돌연사한 가족이 있는 경우 이 같은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아두는게 좋다. 전문적인 생명 유지 방법으로는 제세동기(치사부정맥을 전기 자극으로 제거해 정상화시키는 기계), 인공호흡기 등을 사용하거나 산소 순환을 돕는 약 복용 등을 꼽을 수 있다. 돌연사가 발생하면 제세동과 심폐소생술을 빨리할수록 생명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치사부정맥이 생긴 1분 내에 치료하면 성공률이 80% 이상인 반면 10분이 지나면 10%에도 못미치게 된다. ◆ 심장 구조적 결함 치료해야 생명이 유지돼 병원으로 이송된 돌연사 생존자는 돌연사를 일으키는 심장의 구조적 및 기능적 결함을 찾아내 치료해야 한다. 관상동맥경화가 진행된 경우 좁아진 혈관을 넓혀주는 풍선 및 스텐트 요법과 우회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심근 허혈을 경감시키는 약물치료를 병행하거나 핼액 응고방지제나 항혈소판제 복용을 처방받기도 한다. 돌연사의 예방은 원인에 따라 다양하다. 관상동맥경화증에 의한 콜레스테롤 종기 파열을 예방하려면 콜레스테롤 강하제를 사용한다. 육체적ㆍ정신적 스트레스나 교감 신경계의 흥분으로 인한 경우에는 베타 차단제가 사용된다. 돌연사 불씨를 키우는 담배는 곧장 끊어야 한다. 약물 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되는 치사부정맥 환자에게는 자동 심율동 전환기(제세동기)를 심장 속에 심어준다. [ 도움말 = 박정의 성균관대 의대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 내과) ] 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