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 2000년을 전후해 조성한 비자금이 1천억원이 넘고 이중 수백억원이 여야 정치권에 유입된 것으로 확인됐다. 6일 대북송금 특검팀과 검찰에 따르면 현대 관련 계좌에 대한 추적 결과 현대상선이 조성한 비자금이 1천억원 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이 지난 2000년 4월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한 현대건설 비자금 1백50억원보다 7배 가량 많은 액수다. 현대 비자금을 수수한 사실이 포착된 현역 의원도 여야 각각 5명 가량으로 확인됐으며 검찰은 본격 수사에 착수할 경우 이들 의원들을 전원 소환해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검찰이 지난주 중반부터 본격 착수했다고 밝힌 현대 비자금 계좌추적 결과에 따라선 정ㆍ관계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이와 함께 정치권의 '제2특검' 논의도 새로운 전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 관계자는 "고위 수뇌부의 결정이 변수가 되겠지만 검찰이 비자금 수사를 직접 맡아야 한다는게 기본 원칙"이라며 "제2특검 여부는 정치권에서 결정할 문제지만 특검이 비자금 수사를 하면 수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쓸데없는 얘기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검 중수부는 이날 대북송금 의혹사건 특검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현대 비자금 1백50억원에 대한 계좌추적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달 출국 금지한 비자금 연루 인사 10명 외에 현대 관계자 및 사채업자 5~6명에게도 추가 출금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현대 비자금 '돈세탁' 의혹을 받고 있는 김영완씨에 대해서는 여권 무효화 등 강제 귀국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