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서점을 둘러보면 모든 비즈니스 서적 코너에서 공통점을 발견한다. 중국 최대 컴퓨터업체인 롄상그룹의 류촨즈 회장과 중국 가전업체 하이얼의 장루이민 총재의 경영노하우를 다룬 책들이 여느 중국 기업인을 소개한 책보다 많이 꽂혀 있다는 사실이다. 아시아 최대 갑부로 화교기업인인 리자청 허치슨왐포아 회장을 제외하면 류 회장과 장 총재가 중국 기업인 중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인물로 꼽히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이들의 경영론을 소개한 책은 중국 경제의 미래를 짊어질 예비기업인이나 사영기업인들에게 교과서로 통하기 때문이다. 류 회장은 그룹의 영문 명칭을 최근 'Legend'에서 'Lenova'로 바꾸며 브랜드를 내세운 해외시장 공략을 본격 선언했다. 단순 하청기지에서 벗어나려는 중국 경제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해외시장 개척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장 총재는 '이리(狼)론'으로 유명하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밀려드는 다국적 기업을 이리떼로 묘사한 그는 "이리와 함께 살며 윈윈하기 위해서는 이리가 돼야 한다"며 기업들의 경영체질 개혁을 강조해왔다. 중국 경제를 움직이는 인물들은 정부와 학계에도 많다. 정부에서는 원자바오 총리가 정점에 있다. 10여년간 중국 경제의 황제로 군림해온 주룽지 전 총리의 뒤를 이은 그는 농업과 금융개혁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원 총리는 발로 뛰며 현장을 챙기는 실물 중시의 경제 총수로 불린다. 국유기업 및 금융 부실을 처리할 소방수로 투입된 리룽룽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주임과 류밍캉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 주석도 중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인물로 꼽힌다. 중국 고도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 해결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리 주임은 인수합병을 통해 세계 5백대 기업에 드는 다국적 기업을 30∼50개 육성하는 쪽으로 국유기업 개혁의 방향을 잡고 있다. 중국 통화정책의 총사령탑으로 위안화 환율 방향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저우샤오찬 인민은행장,중국 경제개혁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는 마카이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공격적인 통상정책을 펴고 있는 루푸위안 상무부장,중국 정보기술(IT) 산업의 총 설계사 왕쉬둥 신식산업부장도 중국 경제를 이끄는 파워엘리트 군단에 속한다. 학계와 연구계에서는 주룽지 전 총리의 경제고문으로도 활약한 우징롄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연구원이 단연 최고의 영향력 있는 인사로 꼽힌다. 중국 정부가 7% 경제성장 목표를 발표했던 지난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 때 중국 언론들은 우징롄의 인터뷰를 통해 일제히 이 목표의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강조했다. 판강 국민경제연구소장은 정부에 직격탄을 날리는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현재 중국 경제는 투자 과열로 인플레 조짐이 있다"며 "고성장에 안주할 때가 아니다"라고 경고하고 있다. 후안강 칭화대 국정연구센터 주임은 중국 경제의 걸림돌인 빈부격차 해소를 강조하고 있다. 이들 3명의 경제전문가가 속해 있는 중국 경제 50인 논단에도 둥푸렁 중국사회과학원 명예소장 등 중국 경제의 흐름을 바꿔가는 브레인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