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의 한 콘서트장에서 5일 체첸 여성들의 소행으로 보이는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 최소 18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부상했다. 이날 오후 2시 30분에서 3시 사이(모스크바 시간) 모스크바 북서부 투시노 비행장내 록 콘서트장 입구에서 체첸인으로 보이는 여성 2명이 잇따라 소지하고 있던 폭발물을 터뜨려 최소 16명의 관람객이 숨지고 테러를 자행한 여성 2명도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또 근처에 있던 시민 20여명도 중경상을 입고 근처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부상자들의 대부분은 파편상을 입었으며,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우려된다. 목격자들은 콘서트장에 들어오려던 한 여성이 경찰의 제지를 받자 허리에 감고 있던 폭탄 벨트를 터트렸으며, 두번째 폭발은 경찰이 관중을 긴급 소개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고 전했다. 사고 당시 투시노 비행장에서는 `크릴랴(날개)'라는 한여름 록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었으며, 4만여명의 시민이 입장했다.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가 매우 높은 축제이다. 사고가 나자 경찰은 추가 테러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행사장 주변 주요 도로와 지하철 역사를 전면 통제해 큰 혼잡이 빚어졌다. 또 매스컴을 통해 사고 소식을 듣고 피해자 가운데 혹시 가족이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달려온 시민들은 현장이 엄격히 통제되는 바람에 발만 동동 구르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 경찰은 사고 직후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는 동시에 책임을 체첸으로 돌렸다. 실제로 폭발 현장에서 숨진 테러범 여성의 몸에서 체첸 여권이 발견됐다고 경찰은밝혔다. 사고 직후 현장을 찾은 보리스 그리즐로프 내무장관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오늘 체첸 대통령 선거일을 확정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면서 "폭탄 테러가 이와 관련됐음은 누구나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체첸 분리주의 세력을 용의자로 지목했다. 현장에는 그리즐로프 장관 외에 세르게이 쇼이구 비상대책부 장관, 유리 루쉬코프 모스크바 시장, 블라디미르 프로닌 모스크바 경찰국장 등이 나와 사고 뒷수습을지휘하고 있다. 모스크바에서는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극장 인질극 사태가 발생해 인질 129명과 인질범 41명 등 모두 170명이 목숨을 잃었었다. 러시아는 1994-96년 1차에 이어 1999년 이후의 2차 체첸전 등 10여년째 계속되고 있는 체첸 유혈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지난 3월 새 체첸 헌법안을 채택하는 등 유화책을 쓰고 있으나 체첸의 완전한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무장 세력의 저항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이봉준 특파원 joon@yonhapnew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