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의혹 사건과 관련,구속 또는 불구속 기소된 피고인 8명에 대한 첫 공판이 4일 서울지법 형사합의 22부(재판장 김상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에는 송두환 특별검사팀과 박지원 전 문화관광부 장관 등 피고인 8명,변호인단이 배석한 가운데 피의사실에 대한 인정심리를 거쳐 반대심문이 이어졌다. 특검팀은 피고인들을 상대로 2000년 4월 남북 예비접촉에서 정부 1억달러,현대 3억5천만달러를 약정한 경위와 현대상선 및 현대아산 불법 대출과정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이에 대해 임동원 전 국정원장과 이근영 전 산은 총재,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김윤규 현대아산 사장,최규백 전 국정원 기조실장 등은 대체로 혐의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박지원 전 장관은 '정부가 1억달러,현대가 3억5천만달러를 송금하기로 약속했느냐'는 특검측 질문에 "외교와 남북관계를 고려해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다"며 사실상 진술을 거부했다. 박 전 장관은 이어 '1억달러를 마련키로 한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런 적 없다"고 혐의사실을 부인했다. 또 이기호 전 경제수석은 '정부 몫인 1억달러를 알았느냐'는 질문에 "북송금 초기 단계에는 관여하지 않았으며,정부가 1억달러를 송금키로 한 것과 현대측에 대신 송금하도록 요청한 사실은 2000년 5월 중순에야 알게 됐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한편 특검팀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정상회담 한달 전인 2000년 5월 초에 이미 대북송금이 남북교류협력법 등에 위배된다는 사실을 사전 보고받았지만 이를 묵인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