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4대 기서(奇書)의 하나인 '서유기'는 삼장법사가 제자인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과 함께 14년간 무려 10만8천리를 걸어 불경을 얻는 이야기를 그린 고전이다. '손오공 경제기행'(배이동 외 지음,FKI미디어,1만5천원)은 손오공이 삼장법사를 노리는 요괴와 싸우면서 겪는 성공과 실패 사례 등을 국내외 기업의 경영사례와 연결시켜 현대 경영에 필요한 지혜를 끌어낸다. 저자들은 우선 거대한 바위가 갈라지면서 태어난 돌 원숭이가 신선으로부터 '손오공(孫悟空)'이라는 이름을 얻는 데서 기업과 상품 이야기를 꺼낸다. 철강왕 카네기는 펜실베이니아 철도회사에 레일을 납품할 때 공장 이름을 철도회사 사장 이름을 따 '톰슨 철강소'라고 지어 경쟁사들을 물리쳤다는 것.'새우깡'과 '농심' 등의 작명 성공사례를 들며 저자들은 "상품 이름은 상품의 첫번째 광고"라고 강조한다. 불꽃같이 이글거리는 금빛 눈알로 1천리 밖의 잠자리를 볼 수 있었던 손오공의 '화안금정(火眼金睛)'은 시장과 사람을 볼 줄 아는 경영자의 혜안에 비유된다. 또 손오공이 탁월한 둔갑술을 가졌으면서도 꼬리를 제대로 감추지 못해 요괴들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 이야기에서는 '1%가 99%를 망칠 수 있다'며 불량품 관리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이밖에도 기업 인수·합병,기술복제,인재관리,브랜드의 힘,스타 마케팅 등 다양한 경영 주제들을 서유기의 이야기와 함께 풀어내고 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