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국가 발전 전략의 무게 중심을 기존 금융정책에서 신성장 엔진을 찾기 위한 산업정책으로 급속히 옮기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지금까지 기업의 비효율적인 경영, 중복투자 등의 문제를 바로잡는 데 금융정책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뒀다고 판단하고 본격적인 성장을 위해 산업정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산업만으론 10년 뒤 국제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란 불안이 깔려 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들이 한국의 주력산업을 줄기차게 견제하면서 새로운 산업 육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중국도 맹렬한 기세로 한국을 추격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이에 따라 최근 '차세대 성장동력'으로서 분야별 핵심 산업을 선정하고 이달중 구체적인 육성방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 기존 주력 산업만으론 성장에 한계 한국은 지난 2000년 4억6천만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기록, 스페인 멕시코에 이어 세계 1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과거 10년간(92∼2001년) 꾸준히 연평균 5.6%의 GDP 성장률을 보인데 힘입은 것이다. 이 가운데 제조업은 연평균 7.6% 성장하면서 경제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담당해 왔다. 2001년 기준으로 조선산업이 세계시장의 32.4%를 점유해 세계 2위 자리를 확보하고 있고 반도체(5.7%) 세계 3위, 자동차(5.2%) 세계 5위를 기록하는 등 '외형상' 세계적 수준의 산업 경쟁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핵심 부품의 대부분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연구개발(R&D) 등 투자에 인색한 점은 국내 산업의 '질(質)적 성장'을 기대할 수 없게끔 한다. 이런 상황에서 선진국들은 반도체 조선산업 등에 대한 대 한국 통상 압력의 수위를 높이고 있고 중국 제조업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매년 증가하고 있어 한국 상품의 수출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는 형편이다. ◆ 신성장 엔진의 윤곽 드러나 산업자원부는 이같은 난국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지난 4월 산ㆍ학ㆍ연ㆍ관 전문가 5백여명으로 이뤄진 '차세대 성장동력 기획단'을 구성, 5월 말 △미래 전략산업(9개 분야, 36개 품목) △주력 기간산업(6개 분야, 17개 품목)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4개 분야) 등을 집중 육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조선 등 기존 핵심 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동시에 IT(정보기술) BT(바이오기술) 관련 기술을 선점해 지속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김종갑 산자부 차관보는 "차세대 성장동력은 국내 기술의 발전 정도를 감안, 향후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를 추려낸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보통신부 과학기술부 등도 차세대 전략 산업으로 ITㆍBT분야 기술 상품화 전략 및 R&D 투자 계획을 내놨다. 정부는 발전 전략안을 비교ㆍ분석해 이달중 정부 차원의 단일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배광선 산업연구원장은 "미래 산업 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R&D 예산을 증액, 기술 인력 양성을 위한 지원책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성원 기자 anim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