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적 노동정책은 갈수록 더 큰 혼란을 불러올 겁니다.철저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정책을 펼쳐야 지금과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노동계 원로들을 중심으로 지난 27일 발족된 노사공(勞使公)포럼의 조철권 수석 공동대표(전 노동부 장관·76)는 정부가 노·사간 힘의 균형을 잡아주는 노동정책을 펴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참여정부가 의욕은 강하지만 경험이 부족해 실책을 거듭하고 있다"며 현정부의 정책을 '지하철역 길 찾기'에 비유했다. "(정부가)목적지에 가기 위해 종로3가역에서 전철을 갈아타야 한다는 이론은 알고 있습니다.그러나 16개나 되는 출입구 중 어느 곳으로 가야 하는지는 경험 있는 주위 사람들(원로 노동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 현명하지요." 원칙은 알고 있으나 노동현장에 걸쳐 있는 수많은 걸림돌을 뛰어넘을 구체적 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정부의 친노(親勞)정책에 대해 그는 "노동자측이 요구하면 무엇이든 얻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키워줌으로써 노동부가 강력한 집단행동에 말려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민정부 이후 노동자와 사용자간 힘의 균형이 이뤄진 만큼 정부는 노·사가 대등한 관계에서 협상을 벌일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조 대표는 사용자의 전횡을 방지하고 노동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동법이 있음을 상기시키고 "모든 분쟁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조정할 때 가장 공평하고 뒤탈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사분쟁이 있을 경우 정부의 직접적인 개입보다는 노·사가 스스로 풀어갈수 있도록 유도해 주는 역할을 하는게 효과적"이라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았다. 그는 "현명한 사람은 아는 길도 물어간다"며 "포럼을 통해 정부의 노동정책이 성숙해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고 밝혔다. 조 대표는 85년부터 86년까지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고 이후 4년간 노동교육원장을 맡았다. 장관 재임시절 강원도 '사북사태',대우자동차 노사분쟁,서울 가리봉동 노동자 분신자살사건 등 대형 노사문제로 어려움이 많았으나 진실된 마음으로 일을 처리해 노·사 양측으로부터 호감을 받았다고 자부했다. 그는 당시 14개 조항의 노동자 통제법을 풀어주고 최저임금제를 주장하다 물가안정정책에 부딪혀 장관직을 사임했다. 이날 조 대표는 나이에 비해 활기찬 모습이었다. 지난 20여년간 매일 6km를 달렸으며 최근엔 매일 1만보 이상 걷고 활발한 사회활동을 펼치고 있는게 비결이라고 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