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夏鬪'] 車.중공업 노조게시판에 비난글 잇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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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을 가지고 쟁의를 하는 것은 자기무덤을 파는 것과 다름없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과 개별 사업장 노조 집행부가 하투(夏鬪)의 핵심쟁점을 산별노조 전환, 노조 경영참여, 경제자유구역법 폐기, 주5일 근무제 도입, 비정규직 처우개선 등 정치적 이슈로 몰아가자 노조 홈페이지 등을 통해 노조 집행부의 투쟁방향을 비난하는 글이 빗발치고 있다.
그동안 노조의 투쟁이 강경 일변도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조원들의 반발은 다소 의외다.
현대자동차 한 노조원(ID:우리의 앞가림부터 하자)은 "현대자동차 조합원들이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절대 안된다"며 "관철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해 관철되지 않거나 협상되지 않으면 쟁의 찬반투표를 해야지 정부정책을 가지고 쟁의를 하는 것은 자기무덤을 파는 것"이라고 충고했다.
다른 노조원(ID:현자조합)은 "조합원을 이용해 정치 한번 해보겠다는 사람들만 득실대고 있다"고 꼬집었다.
단위노조의 정치 투쟁을 부추기는 민주노총을 겨냥한 질책도 수두룩하다.
기아자동차 노조원(ID:파랑새)은 "노조 집행부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망각하고 있다"고 쏘아붙였다.
"임금협상도 하기 전에 경제자유구역법 폐기나 주장하며 단위조합원을 볼모로 삼는 민주노총의 '꼬붕 노릇'을 언제까지 할 것이냐"고 따져물었다.
다른 노조원(ID:화성조합원)은 "집행부가 민주노총의 지침사수와 언론플레이에 무게를 두다 보니 조합원들이 집행부에서 점점 멀어져가고 있다"고 개탄했다.
민주노총 대열에 합류해 화성공장이 부분파업한 것에 대해서는 "파업은 노동자의 최후 무기여서 명분 없는 파업은 절대 안된다"며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조합원들을 다시 봉으로 삼지 말라"고 강조했다.
쌍용자동차 노조원(ID:쌍사모)은 "주5일 근무제 도입, 비정규직 처우개선 관철도 시급한 사안이나 실리를 찾아야 할 때"라면서 "집행부가 자신들의 밥그릇과 타인의 희생을 등에 업고 투쟁을 요구하는 민주노총의 입장을 대변하지 말라"고 호소했다.
두산중공업 조합원(ID:노동법)은 "노동귀족들은 연초부터 일할 생각 안하고 굴비 엮듯이 전조합원 붙들어 매서 투쟁전선에 배치한다"면서 "몸 대주고(파업 참가), 돈 대준(조합비 60%) 대가로 조합원들이 상급단체로부터 받은 것이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지난 24일 현대차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찬성 54.8%)가 예년과 달리 매우 저조한 것도 정치적 노선을 고집하는 노조 집행부와 일반 노조원들 간의 내부갈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조합원은 자유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보고 "지금까지 70% 이하의 찬성률이 나온 적은 없었다"며 "지도부는 조합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들의 여론이 불리한데 현대차 노조가 왜 들러리 서야 하느냐"고 힐난했다.
노조 집행부는 그러나 정치적 이슈와 내부갈등에 대해 "어쩔 수 없이 겪어야 할 과정"이라며 "당장의 근로조건 개선과는 무관하게 보일지 몰라도 대승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