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는 3ㆍ4분기중 저점(低點)에 이르겠지만, 확실한 회복국면을 찾지 못한채 한동안 부진이 지속되는 'L'자형 곡선을 그릴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또 하반기중 경기회복 여부는 대외요인보다는 파업 가계부채 실효성있는 경제정책 등 내부 요인이 더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며, 이에 따라 정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이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김중수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등 7개 국책ㆍ민간 경제연구기관장은 26일 김진표 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과 오찬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하반기 경제동향과 정부 대응방안에 대해 이같은 의견을 전달했다. 이와 관련, 재경부는 내주께 연간 4%선 경제성장률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내용의 '하반기 경제운용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는 이례적으로 평소의 2배인 3시간을 넘겨 눈길을 끌었다. 한 참석자는 "오랜시간 여러 분야에 걸쳐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많은 공감대가 형성됐으며 특별한 논란은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 하반기 경기도 불투명 내주 하반기 경제전망을 내놓을 김중수 KDI 원장은 구체적인 수치를 피한 채 "올초 예상했던 것보다 경제 상황이 안좋다"고 말했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가계 신용이 불안해지면서 민간 소비 침체→재고증가→투자부진의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며 "경기는 3ㆍ4분기에 바닥을 친 뒤 L자형 횡보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하반기 경기가 본격 회복세를 탈 만한 모멘텀이 없다"며 "카드채 문제와 가계부실로 인한 극심한 소비침체가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도 간담회에 앞서 "올해 성장률이 4%를 웃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수출 투자 소비 등의 최근 동향으로 볼 때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조정할 수 밖에 없음을 인정한 것이다. ◆ 정부가 할 일은 불안 해소 간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불안한 경제정책'을 경기회복의 주요한 걸림돌로 꼽았다. 오문석 상무는 "현 정부의 친노(親勞) 및 분배중심 정책은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인투자기업과 해외 투자자들에게 잠재적인 불안요인으로 각인돼 있다"고 지적했다. 현오석 무역협회 무역연구소장도 "미국의 경기회복 등 대외여건이 나아진다고 해도 노사 문제, 금융시장 불안 등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한다면 빠른 경기회복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고 가세했다. 이장원 노동연구원 국제협력실장은 "정부가 불법 노사분규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대처해 노동시장 불안을 해소하고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정문건 전무는 "경제운용의 초점을 사회질서 유지를 통한 기업의욕 회복과 투자활성화를 통한 성장잠재력 확충에 둬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밖에 국회 계류중인 추경예산안을 조속히 통과시키고 만약에 대비, 적자국채 발행 등 보다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검토돼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 금융시장 안정도 선결과제 안충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원장은 "최근 원화 환율이 급격한 속도로 떨어지면서 국내 수출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며 "속도조절 측면에서 정부가 외환시장에 적절히 개입할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정해왕 금융연구원장은 "연체 규모에 상관없이 신용불량자로 등록시키는 현행 제도로 인해 해당자가 3백만명을 넘어섰다"며 당사자와 함께 무분별한 대출 책임이 있는 금융회사가 책임을 나눠 지도록 하는 등의 제도 개선책을 건의했다. 김중수 원장은 "하반기엔 실업문제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정교한 실업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수진ㆍ이정호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