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6일 최병렬 의원을 새 대표로 선출함으로써 지난해 12월 대선패배의 충격으로 침체일로에 있던 당 분위기를 쇄신하고 내년 총선체제 정비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특히 노무현정권을 상대할 '강한 야당' '강력한 리더십'을 앞세운 최 대표가 한나라당호 키를 잡은 것은 향후 야당의 진로에 적지않은 함의가 있다는 게 일반적인 지적이다. ◆'개혁적 보수'를 택한 뜻은=최병렬 대표의 탄생은 한나라당이 '개혁적 보수'의 길을 가겠다는 것을 선언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선과정에서 서청원 강재섭 김덕룡 후보 등이 "수구적이고 노쇠한 당의 이미지를 탈바꿈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최 대표는 이들 경쟁자의 공세를 극복하고 당개혁의 적임자로 선택됐다. 최 대표는 선거전 초반 TV토론에서 전교조 화물연대 파업 등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노동 문제에 관련해 '법과 원칙에 따른 단호한 대처'를 역설하며 '카리스마적 리더십'을 부각시켰다. 나이(65세) 핸디캡도 극복했다. 비주류임에도 불구,당이 두 차례 대선패배의 '수렁'에서 벗어나,내년 총선에서 다수당을 지킬 수 있는 야당 지도자로 평가받은 것이다. 한나라당 당원들은 '차기 대권주자'보다 '킹메이커'를 원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선거과정에서 한 후보측은 "새 대표는 차기 대권을 선점할 수 있다"며 공공연히 '대권론'을 언급하기도 했다. 반면 최 대표는 "다수당을 만들어 정권을 되찾겠다.총선에서 지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는 '배수진'으로 부동층 흡수에 성공한 것이다. 지난해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회창 필패론'을 외쳤던 최 대표가 경선 중반께 "총선에 도움이 되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이회창 전 총재를 귀국시키겠다"며 '창심'에 호소한 대목도 성공적인 선거전략이었다는 평이다. ◆향후 과제=최 대표는 '포스트 이회창 시대'의 사령탑에 올랐지만 그의 앞에는 난제들이 산적해 있다. 최 대표는 무엇보다 이번 경선의 후유증을 추스려야 한다. 선거전이 상호비방과 감정섞인 대응에 치중,과열 혼탁 양상을 빚음으로써 당내 갈등의 골이 깊어졌기 때문이다. "누구와는 당을 같이 할 수 없다""누가 당선되면 누가 탈당할 것이다"라는 얘기까지 나왔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부 개혁성향의 초·재선의원들의 탈당을 통한 독자세력화 움직임은 최 대표의 리더십을 테스트하는 첫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여기에 3선 이상의 당중진들이 초당파적 모임을 갖고 당의 단합을 촉구하고 있지만 '보수 세력화'란 또다른 압박요인이 되고 있다. 최 대표의 '카리스마적 이미지'때문에 향후 정국이 경색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새 특검법안 국회제출,노무현 대통령 친인척 및 측근 비리 국정조사 등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에 관심이 모아지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형배.홍영식 기자 k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