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경기 인식과 정책 과제..朴元巖 <홍익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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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너무 아픈 환자가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의사는 걱정 말라고 했다.
집에 와서 며칠을 지내도 차도가 없어 또 병원에 갔다.
이번에는 여기저기 진찰해 보더니 괜찮으니까 걱정 말라고 했다.
집에 돌아 온 환자는 쓸데없는 걱정으로 병이 났다고 생각하고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우화가 있다.
경기둔화가 심화되고 있다.
지난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기대비로 마이너스로 돌아서더니 2분기에도 전기대비로 마이너스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지난 1분기만 해도 경기악화의 원인이 이라크전쟁 북핵 사스 등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적 요인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었다.
그래서 이런 외부적 요인들이 개선되면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2분기에는 외부적 요인들이 개선되었는데도 경기가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형 노사분규가 연이어 발생하였고 앞으로도 줄지어 발생할 것으로 예고된 가운데 급기야 경제5단체가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하고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다고 선언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렇게 경제불안의 그림자가 깊게 드리워져 있는데도 정책담당자들은 올해 4% 성장이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를 둘러싼 대외여건은 아직도 불확실하다.
이라크전쟁의 조기 종결과 유가 하락에도 불구하고 미국 경제는 확실한 회복 징후를 보이고 있지 않다.
25일 디플레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하여 금리를 다시 0.25%포인트 인하했다.
문제는 미국 경제가 회복되더라도 수출만으로는 올해 4% 성장이 어렵다는 점이다.
가계대출과 카드빚으로 소비가 얼어붙은 가운데 기업들이 투자를 중단하게 되면 상당 폭의 경기부양이 있어야 겨우 4%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경제여건이 좋지 않은데도 부동산투기와 노사분규가 그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노사분규는 경기가 좋아질 때 임금인상과 수익배분을 둘러싸고 발생하나,최근의 노사분규는 권익 극대화나 처우개선을 목적으로 NEIS나 새만금 등 다른 분규와 함께 발생하고 있다.
이는 참여정부의 정책노선과도 관련이 있다.
참여정부는 성장과 분배를 동시에 추구한다고 하지만 일반인들은 참여정부가 분배를 통한 성장에 관심이 있다고 느끼고 있다.
이러한 인식의 차이를 없애려면 정부의 정책방향이 보다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하는데,정부는 최근 여러 차례의 분규 해결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을 부각시키고,'법과 원칙'을 정립하지 못하고 있다.
파업이 이번만으로 끝나지 않고 줄지어 대기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대화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납득할 수 있도록 법과 원칙을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동북아 중심 국가 건설 등 다른 국정과제들의 정책방향도 조속히 제시되어야 한다.
국민의 정부의 정책방향은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이며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4대 구조개혁을 내걸었으나,참여정부는 이에 필적할 만큼 짧고 분명한 정책 슬로건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참여'의 슬로건은 '코드가 맞는' 사람들끼리의 참여로 오해되고 있다.
닉슨 행정부의 경제자문위원회 의장이었던 허버트 스타인 교수는 그의 저서 '대통령의 경제학'에서 경제 난제를 해결하는 세 가지 유형을 열거하였다.
먼저 카터형은 어려운 문제를 너무나 유연하게 해결하여 아무도 피해를 입지 않는 대신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
둘째,대처형은 이루고자 하는 목표의 비용을 인식하고 기꺼이 그것을 감당하려 한다.
마지막으로 레이건형은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비용이 든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세 지도자 중 대화와 타협을 중시한 대통령은 물론 카터일 것이나 그는 초기의 훌륭한 업적에도 불구하고 임기 후반 오일쇼크 극복에 무능을 드러냄으로써 재선에 실패했다.
반면 대처 총리는 희생을 불사하는 강력한 지도력으로 영국병을 치유하면서 3선되었고,레이건 대통령 역시 보수주의적 목표와 감세를 성공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재선에 성공했다.
오늘의 난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책목표를 뚜렷이 설정하고 목표설정에 따르는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기존의 시스템을 다시 한번 점검함으로써 정책의 효율성과 신뢰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wapark@hongi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