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한국경제신문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주력기간산업 차세대성장동력 전문가 좌담회'에 참석한 산.관.연 전문가들은 "기계.플랜트,자동차,조선,철강,석유화학,섬유패션 등 6대 주력기간산업이 앞으로 상당기간 우리 경제를 먹여 살리는 데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들은 "주력기간산업에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등의 신기술을 접목시켜 고부가가치화를 꾀해야 하고 부품.소재산업 및 기초기술 등에 대한 집중 지원을 통해 주력기간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참석자(가나다순) 권문식(현대자동차 전무) 안영기(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 임성담(LG화학 부사장) 장석인(산업연구원 지식산업실장) 최광웅(포스코 부사장) 홍기두(산업자원부 자본재산업국장) 사회 :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 ] ....................................................................... △사회=산업자원부는 신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지난 4월 민관 전문가를 중심으로 '차세대 성장산업 발굴기획단'을 구성하고 주력기간산업 미래전략산업 지식기반서비스산업 등 3개 분과를 설치,발전전략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산자부가 이 같은 노력을 기울이게 된 배경 등을 설명해달라. △홍기두 산자부 국장=주력기간산업 미래전략산업 지식기반서비스산업 등 세 분야로 나눠 과연 우리나라가 앞으로 무엇을 먹고 살아야 할지를 고심하고 있다. 6대 주력기간산업인 기계·플랜트,자동차,철강,석유화학,조선,섬유패션 등은 10년 전하고 지금하고 산업구조가 거의 같다. 수출을 보면 지난 90년 이들 분야가 수출의 65%를 차지했는데 지금도 거의 비슷하다. 앞으로도 10년 정도는 이게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흥미있는 사실은 미래산업이라는 IT를 갖고 돈을 가장 많이 번 분야가 바로 주력기간산업이라는 점이다. 예를 들면 IT로 돈을 많이 번 기업이 바로 포스코다. 포스코는 ERP(전사적 자원관리)와 같은 IT솔루션을 도입해서 많은 수익을 창출했다. 이처럼 발전된 기술을 도입해서 돈으로 만드는 게 기간산업이다. 그래서 산자부는 기간산업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사회=각 업종의 발전 비전과 중요성은. △최광웅 포스코 부사장=연간 세계의 철강생산량은 10억5천만t이고 소비량은 9억5천만t이다. 1억t을 초과 생산한다. 세계시장에서 유일하게 중국만 수요가 늘고 있다. 때문에 세계 철강업계가 어려움에 놓여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국내 철강업계는 양적 성장은 한계에 왔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제 질적 성장을 해야겠다는 얘기다. 생산자 중심이 아닌,고객 중심적인 관점으로 변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정부에 당부하고 싶은 것은 화물연대의 물류대란에서 드러났듯이 물류의 중요성이 높기 때문에 원활한 물류체계를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권문식 현대차 전무=자동차가 주력기간산업인 이유는 전·후방 산업연관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산업은 산업구조 고도화와 무역수지 개선에도 크게 기여한다. 지금까지 우리 자동차산업은 인건비 및 원가절감 등으로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하지만 중국이 4대 자동차 생산국가로 등장했다. 이제는 품질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 취약한 부품산업기반을 단단하게 다져야 한다. 현재 중국이 우리나라보다 자동차기술에서 20년 정도 뒤떨어졌다. 이것도 10년 정도면 따라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임성담 LG화학 부사장=그동안 석유화학은 장사가 잘 되는 업종이었다. 하지만 전세계적으로 지금은 공급과잉 상태다. 우리 기업들은 다행히 중국이라는 거대시장을 바로 옆에 두고 있어 그나마 버티고 있다. 우리는 마케팅 판매 제조 등에선 강하다. 하지만 기초기술이 약하다. 이는 기초기술을 외국에서 들여와 만들고 팔기만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물량위주였다. 이제는 '톤'단위에서 '킬로그램'단위를 거쳐 '그램'단위로까지 가야 한다. 즉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안영기 섬산련 부회장=섬유산업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새롭게 개척해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아있다. 특히 산업용 섬유,인텔리전스 섬유 등은 아직 제대로 개척되지 못했다. 게다가 패션과 디자인은 미개척분야다. 선진국의 섬유산업구조는 산업용 섬유 등이 60∼7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20% 정도에 불과하다. 이 같은 분야를 개척한다면 섬유산업이 사양산업이라는 논란은 끝낼 수 있다. 업종별로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섬유산업이 10%에 이른다. 이는 반도체 다음이다. 고용측면에서도 전체 제조업 고용의 14%를 차지하고 있다. 이탈리아 독일 등 선진국이 섬유산업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장석인 산업연 실장=조선산업은 내수시장이 거의 없다. 대부분 수출이다. 원래 제조업은 내수시장에서 검증받고 이를 통과한 제품을 수출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런 점에서 조선산업은 약점을 가졌다. 자동차 등 다른 완성품 산업이 느끼는 것처럼 부품산업이 취약한 데서 겪는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현장 노동자의 고령화 등으로 인해 노하우가 전수되지 않고 단절되는 것도 문제다. 조선산업은 앞으로 고부가가치 선박을 만들어야 한다. △홍 국장=기계산업은 미국 일본 독일이 지배하고 있다. 이들 국가가 세계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기계산업은 IT BT 등을 받아들여 다른 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가능성을 지녔다. 우리나라 자동차 조선 등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가는 데 기계산업의 뒷받침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아 다닐 게 아니라 부품·소재산업을 살리면 많은 문제가 풀린다. 우리나라는 매년 6대 주력기간사업이 흑자를 내고 있다. 앞으로는 중국이 한국의 흑자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주력기간산업의 완성품에서 줄어드는 흑자를 부품·소재산업에서 보충해야 한다. △사회=중국에 의한 제조업 공동화 압력,인력의 조로화 및 고령화 문제,노사문제 등에 대해서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최 부사장=철강산업의 경우 중국의 수요가 급신장하고 있어 버텨왔다. 앞으로 중국의 수요가 끊길 경우 어떻게 대응할지 걱정하고 있다. 중국 철강업체들이 내수시장을 채우고 우리 업체들의 시장에까지 치고들어올 경우가 문제다. 이에 대비해 제품 고급화를 중점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권 전무=자동차산업에선 노사문제가 매우 중요하다. 2010년 '글로벌 톱5'가 되면 연간 생산량이 5백만대가 될 것이다. 이 물량을 취급하려면 지금과는 다른 시각과 준비가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시장규모가 작았지만 앞으로는 커질 것이므로 각 부품·소재 업체들이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해야 한다. 완성차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선 자동차와 전자의 접목도 필요하다. 그런데 전자쪽 인력이 기계산업으로 분류되는 자동차쪽으로 오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 인근에 전자 화학 등의 인력을 수용할 수 있는 연구소와 클러스터를 만들려고 한다. △임 부사장=석유화학산업에선 국내 시장의 독과점 문제때문에 추가 투자를 중국에 하고 있다. 노사문제도 석유화학산업의 애로사항 중에서 빼놓을 수 없다. 임금수준이 다른 국가나 산업에 비해 높은 편인데도 파업을 하겠다고 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결국 해외로 나갈 수밖에 없다. △안 부회장=섬유산업 가운데 봉제분야 등은 중국으로 많이 나갔다. 국내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분야는 염색과 직물이다. 염색은 부가가치가 높고 스마트섬유 등을 생산하는 데도 염색의 몫이 매우 크다. 하지만 염색은 국내 인력들이 기피하고 있는 분야다. 업계는 정부가 인력을 확대해주기를 바란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우리 현실에 비해 아직 이르다. △장 실장=조선산업에선 20∼30대 노동자를 찾아보기 어렵다. 예를 들어 대우조선 노동자의 평균연령이 42세이다. 재미있는 것은 일본이 우리에게 조선산업 1위 자리를 넘긴 시점이 바로 노동자 평균연령 42세였다. 인력의 고령화 문제가 심각하다. 정리=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