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스위스 바젤 중심가 메세플라츠에서 개막된 제34회 바젤아트페어.전세계 2백70개 메이저 화랑들만 참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미술시장이다. 하지만 각 부스는 예년과 판이한 모습이다. 수백만 달러를 호가하는 값비싼 그림들은 별로 없고 10호 이하의 소품과 드로잉,심지어 스케치 작품들이 넘쳐났다. 예년의 경우 적당한 가격에 나온 좋은 작품들은 가격에 관계없이 개막 첫날 순식간에 '빨간 딱지'(팔렸다는 의미)가 붙는다. 그러나 올해는 첫날 팔린 것들이 대부분 2천만원 이하의 싼 작품들이었다. 이에 대해 이현숙 국제화랑 대표는 "세계경기 침체를 감안해 화랑들이 팔기 어려운 값비싼 작품 대신 저가 작품을 많이 들고 나와 손쉽게 팔겠다는 '박리다매(薄利多賣)' 전략을 편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개막을 앞두고 조직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출품작의 27%가 5천유로(약 7백만원) 미만의 저렴한 작품인 것으로 집계됐다. 물론 미술시장을 주도하는 선진국의 일부 유명 화랑들은 여전히 인기작가의 고가 작품들을 출품했다. 영국의 유다,뉴욕의 가고시안,파리와 제네바에 화랑을 갖고 있는 크루지어,스위스 최대화랑인 베이엘러,런던 뉴욕의 말보로 등 메이저 화랑들은 마크 로드코,앤디 워홀,게르하르트 리히터,C Y 톰블리,바스키아의 대작들을 선보였다. 지난해 뉴욕 런던의 소더비와 크리스티경매에서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작가들이다. 가격이 비교적 비쌀 때 팔아 치우겠다는 전략이다. 본 전시와 별도로 마련된 'Unlimited'전에는 각 부스에 설치하기 어려운 대형 설치작품, 사진, 비디오 작품들이 출품됐다. 55명의 출품작 중 영국의 길버트 & 조지의 가로 길이만 10m가 넘는 대형 사진작,미국의 조각가인 리처드 세라가 40t에 달하는 철구조물로 제작한 'Single Double Torus'가 눈길을 끌었다. 한지 작가인 전광영씨도 높이 3m 크기의 구(球) 설치작인 '집합'을 선보였다. 전씨는 "미국 컬렉터 두 명으로부터 출품작보다 작은 작품을 제작해 달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에서는 갤러리현대와 국제화랑이 바젤아트페어에 참가했다. 갤러리현대는 백남준 이우환 김창열 황인기 노상균 도윤희 배준성 김순례 신성희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신예작가로 국제 아트페어에 첫 참가한 최우람(34)은 키네틱 아트 'Ultima Mudfox' 두 점을 선보였는데 첫날 '매진 사례'를 기록했다. 국제화랑은 국내 작가로 전광영 조덕현 홍승혜씨,외국 작가로 앤디 워홀,드 쿠닝,에드 루차 등 비교적 고가의 작품을 출품했다. 바젤아트페어는 24일까지 열린다. 바젤=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