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이 그리웠다. 계절은 이미 한여름.사방이 푸르지만 아직은 녹음에 목말라 있다. 보성다원을 찾아 나섰다. 그곳에 가면 진정 초록을 볼 수 있단다. 차를 몇번이나 바꿔타고 다원에 도착했다. 입구에서부터 범상찮다. 양쪽으로 하늘을 찌를 듯 뻗은 삼나무가 1km 남짓 길을 인도한다. 길이 끝나는 곳은 깎아놓은 듯한 산비탈.여기서부터 차밭이 언듯언듯 모습을 드러낸다. 삼나무 사이를 비집듯 비탈 아래로 몸을 들이밀었다. 가지런히 줄지은 차밭이 일시에 눈길을 휘어잡는다. 가슴이 턱 막힐 정도의 놀라움.산 전체를 고르게 줄맞춰 다듬어 놓은 장관은 필시 사람의 힘만으로 된 것은 아닐듯도 싶다. 도도히 밀려오는 차나무의 물결.탄성이 절로 나온다. 숙연한 마음까지 든다. 내리 눌리는 듯한 이 느낌은 그 광경에 압도된 때문일까. 언젠가 하와이에서 끝없이 펼쳐진 파인애플 플랜테이션을 보았을때 비슷한 감상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규모면에서는 분명 그렇다. 그런데 그곳엔 정취가 없었다. 이곳의 풍광이 가슴 시리도록 감동을 주는 것은 차향처럼 은근하게 감도는 분위기 때문이다. 대지 1백75만평의 보성다원엔 차나무 이외에도 3백만그루의 삼나무가 심어져 있다. 지난 1959년부터 한 그루 두 그루씩 뿌리 내렸던 나무들.지금은 그 삼나무가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역사가 돼버렸다. 이곳을 영화와 드라마,각종 CF의 단골 명소로 만든 것도 다분히 삼나무의 공이다. 차밭과 숲 사이로 3시간 정도까지 걸을 수 있는 산책로가 나 있다. 산책코스를 돌며 녹음을 만끽한 뒤 휴게소로 내려왔다. 고소하고 담백한 녹차쉐이크에 송알송알 맺힌 땀이 일시에 사라진다. 보성다원에서 나와 18번 국도를 따라 봇재를 넘었다. 보성의 또다른 명소 율포해수욕장이다. 갯벌이 펼쳐진 남도의 해수욕장.크지도 작지도 않은 모습이 더욱 정겹다. 지하 40m에서 끌어올렸다는 해수녹차온천탕에 몸을 담갔다. 바닷물이 저 아래 내다보인다. 참 시원하다. 해변가 흑산도회집(061-852-8523)에서 먹는 모래무지구이의 맛이 특별하다. 소금만 술술 뿌려 구웠는데 고소하고 담백한 살이 팍팍하게 씹힌다. 한 접시 2만원이니 큰 부담도 없다. 보성=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