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정부가 기업인들을 더 격려해 줘야 기업들도 투자를 많이 할 것"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기업정책을 주문했다. 구 회장은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LG칼텍스정유 주주회의에 참석한 뒤 지난 21일 런던발 서울행 KE 908편으로 귀국하면서 기내에서 30분간 기자들과 만나 최근 경제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소탈하게 털어놓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뉴욕 보스턴 런던에서 열린 민관 합동경제설명회에 참가했던 권오규 청와대 정책수석도 자리를 함께했다. 구 회장은 "기업인들은 잘한다고 격려하면 신바람이 나서 투자를 많이 할 텐데 요즘은 그런 게 부족하다"며 "박정희 대통령 때는 기업인들을 많이 격려했고 기업인들도 열심히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핵심인재 유치에 관해 "한두 사람의 천재가 수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는데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보다는 훌륭한 CEO(최고경영자)를 육성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건희 삼성 회장이 신경영 2기를 맞아 최근 주창한 '천재 경영론'과 비교되는 발언이어서 주목된다. LG 관계자는 이와 관련,"회사마다 처해 있는 상황과 역사가 다른 만큼 경영 전략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삼성은 개인의 능력을 중요시하는 반면 LG는 CEO를 조직 경쟁력의 요체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 회장은 "요즘의 최대 관심사는 연구개발(R&D)과 핵심인재 양성"이라며 "'1등 LG' 달성을 위한 이런저런 걱정에 요즘 밤잠이 안온다"고 토로했다. 최근 정부와 재계가 함께 내세우고 있는 국민소득 2만달러 달성과 관련,"2만달러 소득을 달성하려면 무엇보다도 노사관계가 안정되고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노조가 깃발을 흔들면 기업들이 투자할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의 6대 재벌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대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조사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다만 정부와 기업이 서로 기준이 다를 수 있다"며 무리한 법적용을 경계했다. 그는 LG그룹의 장래에 대해 "1년 후면 구씨,허씨 분할 경영체제로 갈 것"이라면서 "LG칼텍스정유는 허씨가 경영하고 건설·유통도 허씨가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만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계속 구-허씨간 협력체제를 유지할 것이며 사업의 10% 정도는 공유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 회장은 "우리가 키워서 상장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앞으로 지주회사에 새로 추가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당분간 현재의 체계가 유지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는 "7월 노무현 대통령의 중국 방문 때 정부가 요청하면 수행하겠다"면서 "중국에 가면 LG 삼성으로 도배가 될 정도로 우리 기업이 잘하고 있다는 현실을 대통령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의 생산성은 우리의 85% 수준이지만 임금은 8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양국간 경영여건을 비교한 뒤 "우리도 저가품을 중국으로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 회장단 활동에 대해서는 "나는 그런 데 취미없다.학교 다닐 때 급장도 한 적이 없다.우리 회사 사람들 중에 몇몇은 왜 전경련 회비를 내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정구학 기자 c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