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미국이 핵문제를 둘러싸고 팽팽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국제공조를 통한 대북 압박 수위를 높여가면서 5자회담을 적극 추진하고 있고, 북한은 이에 맞서 다자회담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며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하는 등 강경대응 방침을 잇달아 천명하고 있다. 미국은 북 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자회담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13일 호놀룰루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한.미.일 3국은 다자회담 개최에 합의했으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무장관회의에서도 한국, 일본, 미국, 중국 외무장관은 5자회담을 실현하기로 합의했다. 미국은 또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의 완전한 폐기를 위해 대북 압박을 강화하고 있다. 이미 한미, 미일 정상회담에서 `추가적 조치'와 `강경한 조치'에 합의했으며 며존 네그로폰테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8일 북한의 핵 의무 미준수를 규탄하는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의장 성명 채택을 다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폴 월포위츠 미국 국방부 부장관은 18일 북한이 한국이나 일본을 공격하면 미국과 우방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북한을 격퇴할 능력이 있다고 말했으며 대북 온건파인 콜린 파월 국무장관도 북한의 `위협'을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의 마약.무기밀매와 미사일.위조지폐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공해상에서 북한선박 나포 등 봉쇄조치가 논의되고 있는 데다 대북 경수로 건설사업도 오는 8월말에 중단될 위기에 놓여 있다. 그렇지만 북한의 태도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다. 회담 형식에서 비록 `양자회담 후 다자회담'이라는 다소 신축적인 입장을 취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다자회담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데다 미국의 대북 제재와 봉쇄조치를 강력히 비난하며 강경대응으로 맞설 것임을 공공연히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18일 성명을 통해 5자회담에 부정적 입장을 표명하면서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 정책이 절정에 달하고 다자회담 간판이 총포성 없는 전쟁을 가리는 연막으로 되고 있다"며 `핵 억제력 강화'를 강조했다. 북한은 미국의 대북 제재.봉쇄조치에 대해서도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 8일 미국의 대북 봉쇄정책은 핵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경고했으며, 노동신문은 대북 제재는 곧 전쟁을 의미한다며 보고만 있을 수 없다고 밝혔다. 북한은 이처럼 다자회담을 `북한 압살', 대북 제재를 `전쟁'으로 간주해 `강력한 물리적 억제력'을 갖춰 대응해 나갈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베이징 3자회담 이후 해결 실마리를 찾아가는 듯 하던 북핵문제를 둘러싸고 북미 관계가 다시 냉각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의 대북 압박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미국으로부터 체제나 안보 보장 등의 조치 없이 선뜻 북미 대화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따라서 당분간 양국 사이에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두환 기자 dh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