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은 그들과 정을 나눌 수 있어서다. 인정이 메마르고 각박한데도 동물 애호가가 느는 것은 이런 까닭이다. 그래서 장에 다녀오다 술에 취해 잠든 주인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바친 충견 같은 동물과 사람간의 감동적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로만 그치지 않는다. 단출한 노부부의 집에 누렁이 '벤'이 살았다. 노부부는 늦둥이라도 얻은 듯 벤을 한 가족처럼 아꼈다. 벤의 덩치가 커지자 할아버지는 이웃들의 성화에 못이겨 담벼락 구석 철봉에 벤을 묶어두었다. 그러던 어느날 밤 집중호우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길 위험에 처하자 벤은 있는 힘을 다해 땅에 박힌 철봉을 뽑아 세상 모르고 잠든 노부부를 깨운다. 간신히 몸을 피한 노부부가 정신을 차렸을 때 벤은 온 몸이 물에 젖은 채 싸늘하게 식어있었다. '3미터의 삶'(이노을 지음,오늘의책,7천5백원)에 나오는 이야기다. 떠돌이 개에 관한 동화를 쓰던 저자가 직접 취재한 실화 32편을 담은 이 책은 개를 비롯 고양이 소 등의 동물과 사람간의 보석같은 사랑 이야기를 통해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다. 주인의 무덤을 지키다 끝내 굶어죽은 개의 이야기,학교 앞에서 5백원을 주고 산 병아리의 치료비가 없어 해가 질 때까지 동물병원 앞을 지키던 아이가 치료비로 내민 1백원짜리 동전 2개,줄에 묶인 채 고작 3m의 공간에 살면서도 따뜻한 마음으로 돌봐준 사람에게 마음을 열었던 하얀 개 한 마리…. 저자는 "사람이 개에게 주는 정은 그 사람의 극히 일부이지만 개가 주인에게 바치는 사랑은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개의 전부"라고 말한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개 이야기'(제임스 헤리엇 지음,웅진닷컴,9천원)는 평생을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산 시골 수의사가 개와 사람이 어우러진 순박한 풍경을 그려낸 책이다. 저자의 눈에 비친 개와 사람들은 완벽한 존재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순수하고 아름답다. 항문샘이 곧잘 막히는 털썩병에 걸린 트리키,눈 속에서 잠자는 팁,평생 동안 단 한 번 짖는 지프,무뚝뚝한 농부 윌킨과 고집스러운 화가 파트리지…. 이들의 애정 가득한 이야기는 재미있고 훈훈하고 극적이고 감동적이다. 저자는 다들 부족하고 약한 존재들이지만 생명을 품어줄 수 있는 넉넉함이 있기에 아름답다고 말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