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들에 중국 소비재 시장 전망은 '맑은' 편이나 유통업은 매우 '흐린' 것으로 조사됐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17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메릴린치의 나즈미라 무라 신흥시장 투자전략가의 분석을 인용,"중국제품과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외국기업이 중국에서 이익을 낼 가능성은 크게 줄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저렴한 임금과 방대한 소비자 등으로 중국은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이지만 산업별 수익성은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무라 투자전략가는 "중국 시장을 무조건 밝게만 봐서는 안된다"며 "산업별로 차별화된 전략을 짜야 중국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재·기계설비 '맑음'=치약 세제 가공식품 등 소비재 시장은 외국기업들에 가장 유망한 분야다. P&G 유니레버 등 관련 기업들은 중국 내 위조품과 복잡한 판매망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현지화 전략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 대량생산 체제를 가동,중국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도 뒤지지 않고 있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케이터필러 등 기계설비 기업의 약진도 예상된다. 중국 내 사회간접자본 공사는 향후 수십년간 이어질 예정이어서,이 분야에 대한 수요는 무궁무진하다. ◆자동차·휴대폰·컴퓨터 '경쟁 가열'=지난해 경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4% 급증했을 정도로 중국 내 자동차 시장은 해마다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가격 인하 압력은 그만큼 거세지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난해 42.8%의 매출신장을 기록했으나,영업이익은 5.6% 늘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외국계 휴대폰 업체들의 매출부진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 99년 4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했던 모토로라는 작년 말 점유율이 26%로 급감했다. 노키아도 같은 기간 매출이 절반 가량 줄어 점유율이 32%에서 18%로 떨어졌다. 스마트한 디자인과 값싼 제품으로 승부하는 중국 기업들의 공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컴퓨터 부문도 마찬가지다. 델컴퓨터만이 매출 10위권을 유지할 뿐이다. 도심 지역 개인용컴퓨터(PC) 시장은 포화상태다. 특히 소프트웨어 분야는 불법복제로 이익을 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가전·유통 '흐림'=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우수한 중국 가전제품들이 잇따라 출시돼 외국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미국계 가전업체인 메이테그는 1년 전 중국 내 사업을 철수했으며,GE의 가전 부문도 적자를 호소하고 있다. 유통업은 외국기업이 진출하기 가장 어려운 분야다. 유통망이 워낙 복잡한 데다 업체들이 난립해 있다. 수십개 외국업체들 중 프랑스 까르푸만이 순익을 내는 실정이다. 유영석 기자 yoo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