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회 베니스 비엔날레···한국관 '차이들의 풍경'展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올해로 1백주년을 맞은 베니스 비엔날레.
지난 14일(현지시간) 베니스 자르디니 공원에서 개막된 제50회 베니스 비엔날레에는 평면회화 작품들이 두드러지게 많이 출품됐다.
전통 장르인 평면회화와 설치작이 전체 출품작의 3분의 2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각국이 자국의 현대미술을 보여주는 26개 국가관은 물론 본 전시로서 실험성이 강한 작품 위주로 구성된 아르세날레전도 마찬가지다.
영상매체와 사진이 강세를 보였던 49회 베니스 비엔날레와는 전혀 다르다.
이번 비엔날레의 총감독인 프란체스코 보나미(샌프란시스코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는 '49회 비엔날레는 영상매체 일색'이었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번 전시 기획에서 영상매체의 출품을 최대한 줄였다.
그러다보니 이번 전시가 내용 면에서 심심할 정도로 특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용우 광주비엔날레 총감독은 "전통적으로 베니스 비엔날레 참관자의 95%가 평론가 큐레이터 등 미술 관련자들"이라며 "이번 비엔날레가 다소 진부한 느낌은 있지만 미술 관련 정보가 교환되는 국제미술의 '바자' 같은 성격은 여전히 간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끼워팔기'식 전시가 늘었다.
대만 싱가포르 태국 홍콩 등 국가관을 마련하지 못한 '마이너' 국가들은 전시관 주변에 임시 국가관을 설치해 '자국 미술 알리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세계 최대의 미술축제에 어떻게든 참여해 '미술의 세계화' 시대에 동참해 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95년 일본에 이어 아시아에서는 두번째로 국가관을 마련했다.
아르세날레전에 초청된 주재환 장영혜 김홍석 김소라씨를 비롯해 한국관에 참가하는 황인기 정서영 박이소씨 등 일곱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김홍희씨(쌈지스페이스 관장)가 기획자로 나선 한국관 전시에는 황인기 정서영 박이소씨가 평면작품과 입체설치로 탈전통 탈동양 탈이국주의를 추구하며 국가관 주제인 '차이들의 풍경(landscape of differences)'을 구현해 냈다.
이들은 광주비엔날레 요코하마트리엔날레 등에 참여한 중견작가로 재료나 형식보다는 아이디어와 내용을 중시하는 공통점이 있다.
디지털 산수화로 잘 알려진 황인기씨(성균관대 교수)는 한국관 우측 벽면부터 안쪽 유리 벽면까지 28m에 이르는 대형 벽화인 '바람처럼'을 선보였다.
조선조 화백 이성길이 그린 '무이구곡도'를 재현한 전통 산수화가 베니스 풍경과 병치되면서 외부와 내부의 '공간 뒤집기'라는 의도가 깔려 있다.
정서영의 '기둥'은 기존 철조기둥에 시멘트로 2.2m 높이를 세운 가짜 기둥이다.
용도 없이 덩치만 큰 가짜 기둥이 시각적으로 쾌감과 불쾌감을 동시에 유발한다.
박이소가 한국관 앞마당에 설치한 '2010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 1∼10위'는 한국관 출품작 중 관객들로부터 가장 많은 관심을 끌었다.
1위 호주 솔라타워,2위 토론토 CN타워,3위 뉴욕 월드가든스 등 몇년 후 세계에서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10대 고층건물 모형을 미니어처로 제작했다.
높은 건물들을 지으려는 인간의 욕심을 희화화한 것이다.
베니스=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