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와 이정재 금융감독위원장을 비롯한 한은ㆍ금감위ㆍ금감원 수뇌부가 지난 10일 저녁 서울 인사동의 한 음식점에서 소주를 곁들인 만찬 회동을 가졌다. 이들의 회동은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에서 한은의 권한과 역할을 크게 강화하는 내용의 한은법 개정안을 논의하고 있는데다 △금감원이 8백억원 규모로 추산되는 청사 증축 비용을 한은이 부담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두 기관 사이에 적지않은 '파열음'이 새나오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눈길을 끈다. 지난 98년 통합 금감원이 출범한 후 한은과 금융감독기구 임원들이 한꺼번에 회합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도 하다. 이날 회합은 이같은 불편한 관계를 의식한 박 총재가 두 기구의 협력과 화합을 다지는 차원에서 전격 제의해 이뤄졌다. 모임에는 한은에서 박 총재를 비롯한 부총재보 이상 7명이, 금감위ㆍ금감원에서는 금감위 국장급 이상과 금감원 부원장보 이상 15명이 각각 참석했다. 이두형 금감위 대변인은 "박 총재와 이 위원장이 한은과 금감위·금감원은 뿌리가 같은 만큼 앞으로 협력해서 잘하자는 얘기를 했다"며 "참석자 전원이 소주 한병 이상씩 비울 정도로 분위기가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관계자는 "실무 임원들 사이에서는 한은법 개정처럼 이해가 엇갈리는 현안 문제는 물론 업무와 관련해 서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등 뼈있는 얘기도 상당히 오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