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순교성지인 서울 서소문 공원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배기 위에 선 고딕 양식의 천주교 중림동 성당.1891년 설립된 국내 최고(最古)의 성당이다. 약현성당으로 더 잘 알려진 이 성당에는 매주 목요일 점심 때마다 인근 직장인들이 하나 둘 모여든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봉헌하는 직장인 미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중림동 성당이 직장인 미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달 15일부터.성당 인근의 한국경제신문사와 종로학원,서울역과 철도청,소화아동병원,한겨레신문사 등 22개 직장에서 70여명이 직장인 미사에 등록해 매주 평균 60여명이 참석하고 있다. 미사 시간은 낮 12시10분부터 30분간.미사 전례만 해도 최소 20분이 걸리기 때문에 원종현 주임 신부의 강론은 짧고 간결하게 진행된다. "평소 가정에서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신자들을 위해 직장인 미사를 마련했다"는 게 원 주임 신부의 설명.원 신부는 "힘들고 고단한 직장생활에 활력이 생기도록 재미있게만 지내라"고 신자들에게 당부한다. 미사 후에는 등나무 그늘 아래에서 샌드위치와 음료수 과일 등을 나눠 먹으며 친교를 나눈다. 미사 때에는 경건한 표정이었던 사람들이 이때부터는 서로 인사를 나누고 한 주간의 소식도 주고받는 등 왁자지껄한 분위기로 바뀐다. 평소 '남'이었던 사람들이 같은 신앙을 가진 동반자로 바뀌는 시간이다. 원 신부는 "현실이 각박할수록 사람들은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갈망하게 마련"이라며 "일에 지치고 온갖 유혹에 넘어가기 쉬운 사람들이 생각을 나누고 삶의 용기를 얻는다면 직장인 미사는 교회 신자를 늘리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서화동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