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점령군, 이젠 돌아가라"..AWSJ, 바그다드 표정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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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의 이라크 점령 7주째.
생필품 부족과 치안불안은 여전하지만 시장과 학교가 문을 열었고 바그다드 시민들은 전후 삶에 적응해가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사담 후세인 동상을 대체한 '자유의 상'발 밑에는 누군가가 미군을 위해 낙서를 남겼다.
"아주 잘했다.이젠 집으로 가라."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10일 '바그다드의 어느 하루'라는 르포 기사를 통해 겉으로는 평온하지만 과제는 산적한 이라크의 실상을 시간대별로 전했다.
△오전 3시=수학강사 멜콘 쿠르켄 멜코니안이 기상한다.
차에 기름을 넣기 위해서다.
4시를 갓 넘어 주유소에 도착했지만 44번 대기표를 받았다.
"미군은 불과 22일 만에 이라크를 점령했지만,전기와 휘발유 공급은 두 달이 넘도록 복구시키지 못하고 있다."
△오전 6시=가스공급이 끊긴 탓에 여섯살 소녀 제난 후세인의 엄마는 딸에게 땔감을 주워오라고 시킨다.
주유소 앞에는 늘어선 자동차 2백대를 통제하기 위해 6명의 미군이 나타났다.
멜콘은 아직도 기다리고 있다.
△오전 8시=자동차 절도가 급증하는 덕에 면허위조 사업이 번창하고 있는 압델자하라 알리가 지나가는 서양인에게 악수를 청한다.
"부시와 블레어에게 고맙다고 해주세요."
엄마들은 자녀를 데리고 등교한다.
△오후 2시=아침에 달러당 1천3백디나르였던 환율이 1천3백20디나르로 올랐다.
미군이 접수한 팔레스타인호텔 앞에서 달러장사를 하던 니아마.
"사람들이 달러로 물건 사재기를 하고 있어 디나르화 가치는 더 떨어질 겁니다."
△오후 6시=채소 장수 지아드 알라위는 아침에 가져온 물건이 다 팔려 하루 만에 교사 한달치 월급인 60달러를 벌었고,가전제품을 파는 타립 리샤크는 TV 25대,세탁기 3대,냉장고 2대를 팔았다.
유엔의 경제제재가 풀린 후 무관세로 싼 수입품이 밀려들어 소비가 급증하고 있다.
△오후 11시=통금이 시작된다.
괴기한 정적에 휩싸인 거리에 간간이 총성만 들린다.
팔레스타인호텔 앞에서 강도들이 지나가던 벤츠승용차를 덮친다.
불침번을 서던 포티스 하사와 미군병사들이 추격에 나선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