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자금이 안전자산인 국고채 매매에만 집중되는 "쏠림 현상"이 가속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고채 금리가 연일 사상 최저치 행진을 거듭,콜금리(연 4.0%)와의 격차가 겨우 0.07%포인트 차이로 바짝 좁혀졌다. 국고채 금리의 하락 속도가 빨라지면서 장.단기 금리 역전현상도 심화되는 추세다. 91일 만기의 양도성예금증서(CD)나 1년 짜리 통화안정증권(통안채)의 수익률이 3년 짜리 국고채 수익률보다 오히려 최고 0.23%포인트 높아졌다.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금리변동에 따른 위험이 커져 유통수익률(금리)이 높아지는게 일반적이지만 최근 상황이 역전된 것이다. 최근에는 콜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마저 증폭돼 이같은 "국고채 랠리"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채권시장의 전망이다. ◆거꾸로 선 장·단기금리 올 들어 국고채(3년물) 금리가 꾸준히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SK글로벌 사태 등으로 국가위험도가 높아졌던 지난 3월중순 잠깐 5%대 초반으로 반등한 것을 빼곤 줄곧 하향 추세를 지속,연초 연 5.07%였던 것이 이달 5일에는 연 4.07%까지 가라앉았다. 반면 CD나 통안채 등 단기채권에 대한 수요는 이보다 적어 국고채 3년물 대비 스프레드(금리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91일물 CD금리는 지난 3월부터 국고채 3년물 금리를 웃돌기 시작해 최근에는 그 격차가 0.23%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국고채 3년물과 1년짜리 통안채간 스프레드도 0.13%포인트로 확대됐다. ◆국고채-콜금리도 역전될까 안전자산인 국고채로만 돈이 집중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향후 경기에 대한 불안감때문이다. 시중은행의 한 채권딜러는 "정부와 한국은행이 최근 여러 가지 경기부양카드를 잇달아 꺼내 들었지만 이에 힘입어 경기가 뚜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며 "추가 경기부양 조치가 나올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콜금리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도 한껏 높아졌다. 금성원 동양종합금융증권 연구원은 "현재 채권시장 참가자들은 올 하반기중 콜금리 인하를 거의 기정사실로 믿고 있다"며 "상당수 채권딜러들은 현 콜금리 수준(연 4.0%)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게 아니라 미래의 인하된 콜금리(3.0∼3.75%)를 기준으로 매매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떨어지기 전에 빨리 사두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다는 얘기다. 금 연구원은 "뚜렷한 경기회복 징후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국고채 금리가 콜금리를 하향 돌파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국고채에만 몰리는 '딜링 수요' 채권을 만기까지 보유하려는 '캐리(carry) 수요'가 줄어든 대신 단기차익을 노리는 '딜링 수요'가 늘어난 것도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만 '나홀로 강세'를 보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계 투자회사인 리먼 브러더스 김규태 차장은 "최근 들어 투신사의 머니마켓펀드(MMF)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CD나 통안채에 대한 캐리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었다"며 "채권금리가 전반적으로 낮아져 CD나 통안채를 만기 보유하는 전략으로는 금융상품의 수익을 맞출 수 없다는 점도 단기채권시장을 한산하게 만든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또 통안채는 수시로 발행돼 수급상황을 예측하기 어렵고 CD는 최근 은행들의 신용상태가 악화돼 선호도가 낮아졌다는 지적이다. 결국 비교적 물량부담이 적고 안정성이 높은 국고채를 단기간에 여러번 사고 팔아 차익을 남기려는 '딜링 수요'만 폭증하고 있다는 게 채권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잠재된 시한폭탄 국고채 금리가 지나치게 하락할 경우 금융시장에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동준 한국투자신탁증권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가 어느 순간 반등하게 되면 그동안 국고채 시장에 몰려 있던 자금이 손실을 피하기 위해 한꺼번에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다"며 "이렇게 되면 국고채 금리가 단기간에 지나치게 급상승해 금융상품의 수익률을 떨어뜨리게 되고 이로 인해 대규모 환매가 발생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