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이 깊어지면서 모범택시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경기에 민감한 택시 탑승 수요가 크게 감소하면서 요금이 비싼 모범택시들이 상대적으로 더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전국 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모범택시 등록대수는 6천6백3대로 지난해 6천8백84대보다 2백81대 감소했다. 모범택시 등록대수는 모범택시가 처음 도입된 지난 92년 6백21대를 시작으로 그동안 계속 늘어왔으나 올 들어 처음으로 감소세로 전환됐다. 택시연합회 기획실의 박주현 과장은 "월드컵 아시안게임 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지난해까지 매년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말을 정점으로 계속 줄어들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모범 대신 중형택시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3천cc급 대형차를 갖추고 개인택시 경력 2년 이상에 무사고 2년 이상, 벌점 50점 이하 등의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 어렵게 얻은 자격이지만 불경기에 밀려 포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이다. 서울지역에선 지난해 월드컵 특수로 모범택시가 급증세를 보였으나 올들어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반택시로의 전환 신청'도 줄을 잇고 있다. 서울시 운수물류과 관계자는 "신청자들에 대해선 곧 일괄조정할 계획"이라며 "일반택시로의 전환규모가 1백대는 훨씬 넘을 것"으로 내다봤다. 주력산업인 섬유 업종의 퇴조와 지하철참사 등으로 전국에서 경기가 가장 좋지 않다는 대구의 경우 모범택시 숫자는 3년전 1백28대의 절반도 채 안되는 52대로 격감했다. 부산도 2001년 2백50대에서 지금은 1백80대로 줄었다. 수도권지역인 고양시는 일산지역의 수요로 지난해말 85대까지 늘었으나 올들어 한두대씩 모범택시를 포기하고 개인택시로 환원하는 사례가 나타나기 시작해 5월말 현재 25대가 전환했다. 이에 따라 고양시는 올해 모범택시 1백20여대 증차 계획을 없던 일로 했다. 모범에서 일반으로 전환한 택시 사업자들은 "외환위기 사태 이전만 해도 수입이 하루 최고 20만∼30만원에 달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경기침체로 손님이 없는데 어떻게 사업을 계속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지난달 모범택시를 포기한 남계근씨(51ㆍ일산 신도시)는 "일반 택시도 손님이 없어 정류장마다 10∼20대씩 늘어서 있는 마당에 누가 모범택시를 타겠느냐"며 "한때 하루 30만원 수입을 올렸지만 올들어 연료비 식비 등을 빼면 하루 수입이 5만∼6만원에 불과해 도저히 버틸수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김희영ㆍ이관우 기자 song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