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세 할머니 중학교입학 검정고시 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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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히 배워서 대학까지 가겠습니다."
대구 달서경찰서에서 청소 일을 맡고 있는 박을선(64.대구시 달서구 월성동) 할머니가 최근 '중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 합격해 화제다.
지난 80년 대구 서부경찰서에서 청소 일을 시작한 뒤 23년째 경찰서 청소 일을 해 오고 있는 박 할머니는 자식들에게 짐이 되기 싫어 아파트에 홀로 지내고 있으며 70세 이전에 방송대학교에 진학할 꿈을 꾸고 있는 만학도다.
"국어 점수가 40점이 나왔더라구요.한 문제라도 더 틀렸더라면 과락으로 불합격했을 것을 생각하니 등에 식은땀이 다 흘렀지…."
박 할머니가 뒤늦게 공부를 하게 된 것은 지난 2001년 봄 우연히 초등 검정고시 공고를 보고부터.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한 박 할머니는 수학 음악 등은 도저히 혼자서 공부할 수가 없어 경찰서 인근 월성초등학교를 찾아 수업청강을 부탁했다.
그러나 학업 분위기 등 여러가지 이유로 학교측이 반대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삼고초려의 노력으로 학교측 허락을 받은 박 할머니는 지난해 4월부터 4학년 1반에서 손자,손녀뻘 되는 초등생들 틈에 끼여 사회 음악 수학 등을 청강해 오다 지난해 또 한차례 낙방하고 6학년 3반으로 옮겨 구슬땀을 흘려 이번에 결실을 보게 됐다.
박 할머니는 이제 경찰서 일을 끝내고 인근 월성종합복지관에서 중학교 과정을 본격적으로 공부할 계획이란다.
오는 8월께 실시될 고등학교 입학자격 검정고시에는 경험 삼아 한 번 응시해 볼 요량이라고 했다.
며칠 전 경찰서 계단에서 미끄러져 왼쪽 팔목 뼈를 다친 박 할머니는 고통도 아랑곳없이 중학교 교과서를 펼쳐 들 기대에 부풀어있다.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