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철도구조개혁법 수정안은 한마디로 '구조개혁'은 없고 '기득권'만 있는 법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단순히 철도운영(철도공사)과 건설(공단)을 분리하는 내용만 담았을 뿐 만성적자 탈피를 위한 구조개혁 의지는 온데간데 없고 철도종사자의 기득권만 잔뜩 보장하는 내용으로 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수정안에는 완전한 고용승계를 명문화해 3만명이 넘는 철도청 공무원과 고속철도시설공단 인력을 그대로 안고 가도록 했을 뿐 아니라 근로여건과 공무원연금에서 불이익을 금지토록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비용절감은 없이 공사전환에 따라 임금만 10∼20%나 오르게 돼 만성적인 적자구조가 개선되기는커녕 더욱 악화될 게 뻔하다. 또 노조에 밀려 내년 7월 발족 예정인 철도공사에 대해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같이 민영화법을 적용하지 않고 정부투자기관법을 적용키로 한 것도 문제다. 이렇게 되면 민영화는 사실상 물건너 가게 된다고 봐야 한다. 이럴 바에는 정부가 왜 구조개혁을 추진하려고 하는 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욱 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노조의 태도다. 정부안이 노조에 굴복했다고 할 정도의 내용인데도 철도노조와 고속철도공단노조 모두가 이를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철도노조는 고속철도 부채를 정부가 전액인수하고,KBS와 같은 특수형태의 공사로 설립해 자율성을 보장해 달라고 하고 있다. 고속철도노조도 정부에 귀속토록 돼 있는 철도시설 소유권과 철도공사에 넘기려는 차량안전 점검권을 공단에 넘겨 수익성을 보장해 달라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노조의 요구를 다 들어 주었더니 이번에는 누구의 간섭도 없이 안전하게 살아 갈 수 있는 수익구조를 보장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이렇게 해서 어떻게 매년 8천억원이나 발생하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감당하겠다는 것인지 정부와 철도노조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5년 사이에만 3조원 이상의 영업적자를 내 국민들에게 부담을 떠넘긴 것도 모자라 밑빠진 독에 물붓기를 계속하란 말인가. 노조는 그렇다 치더라도 천문학적인 적자 때문에 철도구조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했던 정부는 국민들을 어떻게 납득시킬 것인가. 정부는 철도구조개혁법안을 당초의 취지였던 경쟁력 제고를 통한 만성적인 적자구조 탈피가 가능하도록 반드시 재수정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바에는 구조개혁을 추진하지 말고 그대로 두는 편이 차라리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