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수사가 마무리단계에 접어들면서 특검팀이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이 2일 "남북관계를 훼손시키는 수사를 하진 않을 것"이라고 언급한 데다 정치권 일각에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현재 4천억원 불법대출 및 대출외압 등과 관련된 사실 관계를 상당부분 파악했으며 송금의 대가성 여부 및 국민의 정부 핵심인사에 대한 막바지 조사를 남겨둔 상태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가진 취임 1백일 기자회견에서 "대북송금 특검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은 전국민이 의혹을 갖고 있는 권력남용과 불법대출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특검팀이 남북관계를 원천적으로 훼손시키는 수사는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대출의 불법성은 가리되 남북관계 훼손은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특검팀에 전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청와대는 송금 흐름 추적과정에서 북 고위층의 연루 여부 등이 공개되면 남북 교류ㆍ협력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29일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대변인 담화를 통해 "금강산 육로관광과 관련해 '중요하고도 긴급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현대아산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을 빠른 시일내에 만나려고 하며 이에 대한 남측 당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특검이 정 회장과 김 사장을 사법처리할 경우 금강산 관광 재개를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로 해석 가능하다. 또 정치권에서도 특검수사를 놓고 여야간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정균환 원내총무는 "특검의 과잉수사와 구속처리는 남북화해와 통일의 민족적 비전에 대한 사법적 테러"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대통령이 특검팀의 수사에 대해 남북관계를 거론하며 부당한 압력행사 발언을 했다"며 "특검은 출발부터 성역을 설정해놓고 시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송두환 특검이 이날 기자들과 만나 "진상규명은 철저히 하되 사법처리는 최소화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수사가 시작된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봐달라"고 당부한 것은 특검팀이 당면한 고민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특검팀이 북송금 자금의 대가성에 대해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힌 것은 앞으로 특검수사가 사법처리보다 진상규명에 무게가 실려있음을 강조하기 위한 차원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특검팀은 이틀간 고강도 조사로 긴급체포 여부에 시선이 쏠렸던 정몽헌 회장과 김윤규 사장의 귀가조치 배경에 대해서도 "북측의 아ㆍ태평화위 담화내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임을 내비쳤다. 반면 정치권에 대해선 "정파적 발언에 전혀 영향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