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노사화합으로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탈피를 꿈꾸던 오리온전기가 화물연대의 파업과 사스(SARS·중증 급성호흡기증후군)라는 복병을 만나 끝내 침몰했다. 경북 구미공단에 있는 디스플레이 전문기업 오리온전기는 매출 부진으로 인한 자금 경색으로 30일 최종 부도를 내고 다음주 초 법정관리를 신청한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지난 29일 외환은행 구미지점으로 돌아온 56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1차 부도를 낸 데 이어 30일에도 32억원을 막지 못했다. 오리온전기 관계자는 "5월이 영업 비수기인 데다 이라크전쟁과 사스 확산 여파로 매출액이 당초 예상했던 것에 못미쳤다"며 "여기에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부품 공급이 제대로 안돼 공장 가동이 중단되는 등 조업 차질로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 이 회사는 이달 매출 목표를 5백20억원으로 예상하고 자금운용을 해왔지만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브라운관 생산라인 2개가 가동 중단되면서 하루 25억원의 손실이 발생,5월 매출이 4백20억원 정도에 그친 것으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유동성 문제가 불거지면서 채권 금융회사들이 여신 회수에 나서고 상거래 채권자들이 채권 회수에 나서는 바람에 회사의 모든 운영자금이 동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작년 상장폐지와 노사분규로 조업 중단까지 겪은 오리온전기는 올해 들어 노사가 힘을 모아 회사를 살리는 데 힘써왔다. 극단적인 마찰의 폐해를 경험한 노조는 거래처를 방문하고 품질개선을 주도하는 등 기업회생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수개월 동안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근로자들은 정상임금을 받고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화물연대의 파업과 사스로 결국 물거품이 된 셈이다. 회사 관계자는 "다음주 초 대구지방법원 김천지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처음으로 TV용 브라운관을 생산하는 등 우량회사로 꼽혔던 오리온전기는 대우그룹이 해체되면서 지난 98년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