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선물·증시 통합 신중히..梁昇龍 <고려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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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날 때부터 거래소 위치와 KOSPI200선물의 소재 문제로 세상을 시끄럽게 했던 선물시장이 최근 증권시장과의 통합문제로 논란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있다.
최근 정부는 지수선물을 이관하는 조건으로 증권거래소와 코스닥·선물거래소를 통합해 새로운 지주회사의 자회사로 두는 이원체제로 재편하는 안을 제안했다가,다시 세 거래소를 통합해 단일거래소 체제로 운영하는 안을 내놓았다.
재경부는 이러한 금융시장 통합의 명분으로 '2004년 1월 법으로 명시된 주식선물의 선물거래소 이관을 앞두고 선물시장의 거래소위험(exchange risk)을 줄이며 증권시장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의 주장은 통합대상 거래소 관계자뿐만 아니라 많은 전문가들에게조차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다.
우선 1996년 도입 당시부터 법으로 명시된 KOSPI200지수선물의 이관을 불과 1년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서 선물거래소의 결제위험을 문제 삼는 것은 해당 정책부서의 무책임과 직무태만을 고백하는 것이다.
특히 지수선물의 이관 조건으로 증권시장과의 통합을 요구하는 것은,시장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경제논리보다 그간 지수선물을 성장시킨 증권거래소의 이익에 부응한다는 의혹을 벗을 수 없을 것이다.
정부의 통합 요구에 대한 선물거래소측의 반발 또한 선물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기보다 거대 증권거래소와의 통합으로 인한 입지의 약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즉,선물거래소는 '거래소 통합이 선물시장의 증권시장 종속화를 유발시켜 증권회사 위주의 주식선물시장이 운영되고,정작 위험관리 시장으로서의 선물시장 발전과 경쟁력 강화에는 별 도움이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선물과 증권시장의 통합이 과연 개별 경제주체들이 직면하는 가격위험을 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으로 관리하여 국가경제가 건전하고 효율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인가 하는 데 있다.
두가지 면에서 지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이전과 통합'은 우려스럽다.
첫째,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의 통합이 과연 국제경쟁력 향상의 유일한 길인가 하는 것이다.
'금융시장의 통폐합이 국제적인 추세'라는 정부와 일부 학계의 주장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다양한 형태의 거래소가 전 세계에서 운영되고,통합 거래소의 성공이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정보화와 네트워크 발전이 규모의 경제를 대체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 주도의 인위적인 통합은 그 효과를 보장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진지하고 신중한 검토를 거치지 못한 졸속적인 개편은 DJ정부 시절의 무원칙한 빅딜을 재현하는 것과 다름없다.
둘째,선물시장은 경제의 다양한 분야에서 필요로 하는 헤지 수요를 충족시켜 주어야 한다.
특히 원자재·농산물 등 전통적으로 시장의 위험이 크고,이에 따라 생산과 산업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일반 산업분야에 적합한 선물상품은 공공재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증권거래소와 통합된 선물시장이 과연 현실 경제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선물상품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할 것인가에는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에는 물론 그간 다양한 선물상품의 개발과 상장을 통해 선물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지 못한 선물거래소도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KOSPI200지수선물이라는 세계적인 거래량을 가진 통합거래소가 다양한 선물 수요를 위해 노력할 것인가 하는 의문은 여태까지의 선물시장 운영형태로 보아 매우 회의적이다.
선물과 증권거래소의 통합은 지수선물 이관의 전제가 되어서는 안된다.
두 거래소 간의 통합은 보다 신중하게,서로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이를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을 때,또 이를 통해 충분한 시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믿어질 때 조심스럽게 추진돼야 한다.
만약 지수선물의 선물거래소 이관이 정 믿음직스럽지 않다면,선물거래소의 체질을 강화하여 이를 수용할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정녕 중요한 것은 증권거래소와 선물거래소를 이용하는 국내외 거래자들이다.
논쟁 관련 당사자들이 보다 유연한 사고를 할 때다.
sryang@mail.korea.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