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해요. 회사측이 판매 촉진을 위해 영업용 가방을 일괄 구입해 비노조원들에게 나눠 줬는데 노조에서 부당노동행위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생산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 노조 전임자들은 연간 수천만원씩을 회사에서 받아 가면서 말입니다." A사 노무담당 부장이 토로하는 노조의 이기주의 행태다. 이 회사에 근무하는 영업직원 1천2백명중 노조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8%. 그 노조가 전체 근로자를 대변하듯 사사건건 회사측의 방침에 반기를 들며 발목을 잡고 있다. 그는 "영업실적은 비노조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면서 차별대우를 받는다고 우겨대니 답답한 심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회사가 어찌 되건 국가 경제가 어찌 되건 자신들의 몫 챙기기에만 열을 올리는 국내 노조의 한 단면이다.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전체 근로자 대비 노조원 비율)은 12%선이다. 이런 점에서 불법 파업 등 노조의 집단이기주의는 일부 근로자만의 행태로 대다수 비노조원들과 국민들에게는 피해를 주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12%에 불과한 한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을 외국에서는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인식한다"(P&G코리아 고위 관계자)는 말이 나오고 있다. 사실 한국의 노조들은 비노조사업장이나 하청업체 등 다른 근로자들은 거의 고려하지 않고 오직 내것만 챙기면 된다는 의식이 팽배해 있다. 임ㆍ단협 때 비정규직이나 하청업체 근로자의 처우개선을 요구하지만 협상타결 때는 '내것'만 얻으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내 몫보다 적은 근로자들의 임금이 많이 인상돼야 한다는 배려는 전혀 없다. 이같은 노조의 이기주의는 생산현장의 인력 수급과 임금체계를 왜곡시키고 있다. 노조가 신규 채용을 꺼리고 자신들만의 철옹성을 쌓다 보니 대형 사업장 근로자들은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또한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는 협력업체와의 임금 격차를 벌려 사회적 위화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 직후 가진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대기업 노조가 힘이 센 것은 문제라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올들어 민주노총 산하 노조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주장하고 있지만 이들의 근로조건 개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조직 확대를 겨냥한 의도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비정규직의 노조 조직화는 정규직 근로자에게 큰 타격을 입힐 가능성도 있다. 김태기 단국대 교수는 "전체 취업 노동자 1천4백만명 가운데 비정규직이 58%를 차지하고 있다"며 "몇 년 지나지 않아 비정규직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고 노조 조직화되면 회사측이 신규 채용은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정리해고는 정규직부터 실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기업의 생산성과 국가경쟁력을 높이려면 노조가 자신들의 몫만 챙기려 하지 말고 전체 근로자 입장에 서서 노사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특별취재팀 ] ----------------------------------------------------------------- 특별취재팀 : 윤기설 노동전문(팀장).김홍열(산업부 대기업팀).김형호(건설부동산부).이정호(경제부 정책팀) 기자.양승득 도쿄.오광진 베이징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