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SK글로벌 법정관리를 신청키로 함에 따라 SK(주)의 최대주주인 영국계 크레스트증권(소버린자산운용의 자회사)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크레스트증권은 현재 SK(주)지분 14.99%를 갖고 있는 최대주주다. 세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는 채권단과 타협할 가능성이다. 둘째는 SK(주)의 주가가 하락하는 틈을 노려 지분을 추가로 매집하고 경영권을 완전히 장악할 가능성이다. 세번째는 적당한 시기에 SK(주)의 지분을 팔고 손을 터는 방법이다. 전문가들은 첫째 가능성을 가장 높게 보고 있다. 무엇보다 SK글로벌이 청산절차를 밟을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곳이 바로 SK(주)이기 때문. 당장 SK글로벌에 대한 매출채권 1조5천억원중 약 60%선인 9천억원 정도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또 그동안 글로벌이 운영해왔던 3백40개 주유소와 충전소를 사들이는데도 9천억원 규모의 추가적인 현금지출이 필요하다. 재무구조와 현금흐름이 급격히 악화될 것이란 얘기다. 박경민 한가람투자자문 사장은 "SK(주)의 기업가치가 나빠질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소버린자산운용이 과거처럼 원칙(지원불가)을 고수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기업가치의 보존을 위해서라도 채권단과 타협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채권단이 전격적으로 SK글로벌의 법정관리를 밀어붙이고 있는 것도 소버린측을 겨냥한 것"이라며 "채권단의 이번 결정으로 소버린측이 협상테이블에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소버린측이 SK(주)의 경영권을 확실히 장악할 가능성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이 경우 소버린측은 별반 득(得)이 될 게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SK글로벌의 법정관리로 그룹이 공중 분해될 것이 분명하고 이렇게 되면 그룹 지주회사로서의 SK(주)의 기업가치도 크게 떨어진다. 또 SK글로벌이 청산될 경우 SK(주)는 심각한 유동성 부족에 처할 공산이 크며 자칫 핵심자산인 SK텔레콤의 지분마저 처분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릴 수 있다. 장인환 KTB자산운용 사장은 "SK(주) 기업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경영권 장악을 위한 추가적인 지분매입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주식을 팔고 떠날 가능성이다. 소버린의 SK(주) 주식 매입가격은 9천8백원대이지만 현재가격은 1만2백50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또 매각 과정에서 추가적인 주가하락도 예상되는 만큼 섣불리 몸을 뺄 수도 없다. 결국 소버린은 SK(주) 주식을 잘못 매집해 자칫 큰 손실을 자초할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