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대학 졸업장을 못 받은 것을 평생의 한으로 생각해 왔는데, 이제야 한을 풀게 생겼네요." 대학 4학년때 결혼과 함께 `금혼학칙'으로 학업을 중단해야 했던 강모(72) 할머니는 27일 이대에 재학입학 신청서를 낸 소감을 쑥스러운 듯 말했다. 51년 사범대 교육학과를 수석 입학한 재원이었던 강 할머니는 대학 3학년 말에집안 소개로 당시 해군 소령이었던 남편을 만났다. 남편이 미국연수를 떠나야했기에 어쩔 수 없이 4학년 2학기때인 54년 10월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금혼학칙' 규정을 알기에 몰래 올린 결혼식이었지만, 세상에 비밀이란 없었다. 친구들을 통해 `누가 해군과 연애한다더라' `결혼했다더라'하는 입소문이 삽시간에 퍼지면서 결혼한 그해 11월 30일 퇴학 처분을 받았다. 교사가 되기 위해 교생실습까지 마친 후였기에 졸업에 대한 미련은 더욱 컸다. "퇴학 소식을 전해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10년 공부가 도로아미타불 된것 같아 너무 속상했지요. 평생 졸업장을 받는 게 소원이었는데 뒤늦게나마 소원을이루게 돼서 기뻐요. 98년 세상을 떠난 남편도 이 소식을 하늘에서 들으면 좋아하겠지요." 이대에 따르면 지난 1월 '금혼학칙'을 폐지한 이후 결혼때문에 제적됐거나 자퇴한 학생들을 대상으로 오는 30일까지 재입학 신청을 받고 있는 가운데 현재 총 11명이 신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강 할머니 이외에도 일흔 두살의 정모(문리대 국문과 51학번) 할머니가 미국에서 재입학 신청서를 보내왔다. 재입학 신청을 위해서는 결혼때문에 학업을 그만뒀다는 것을 증명하는 혼인신고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혼인 신고를 늦게 한 일부 신청자는 결혼 날짜가 찍힌 빛바랜 결혼사진을 제출하기도 했다. 또 장농 속에 50년 동안 보관해온 청첩장을 들고 온 신청자도 있었다고 이대 관계자는 전했다. 학교측은 오는 30일까지 재입학신청을 받은 뒤 내달 중 재입학 사정위원회를 열어 이들에 대한 재입학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기자 fusionj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