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방을 둘러봐도 끝없이 펼쳐진 바다. 커다란 통창에 칠흑 같은 어둠이 드리운다. 밖이 내다 보이던 창에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린다. 한 쪽에서는 처음 보는 듯한 사람들이 손을 잡고 춤을 춘다. 어색한 분위기도 잠깐. 서로간의 벽을 허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다. 나이도 국적도 상관없다. 엄마의 손을 꼬옥 잡은 어린이, 흰 머리가 더 많은 60대 노인, 여러 나라에서 모인 승무원까지. 딱히 공통점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질감은 찾아볼수 없다. 자유를 공유하기 때문일까. 모두 하나의 동아리가 된다. 평택항에서 출발, 일본 가고시마와 나가사키를 돌아 오는 크루즈 '수퍼스타 카프리콘호'. 먼 뱃길여행에 대한 기대감과 자유롭고 편안한 선내 분위기로 처음부터 마음이 느긋해진다. 크루즈여행 하면 떠오르는 '사랑의 유람선' 이미지와는 달리 승객 대부분은 나이가 지긋한 어르신들이다. 그러고 보니 크루즈는 가족여행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든다. 남녀노소 구별없이 모두 하나가 돼 즐길 수 있고, 가족끼리 오붓하게 지내는 시간도 길다. 이동절차가 번거롭지 않아 피로감이 덜한 때문이다. 식사도 각자의 입맛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는 뷔페식이 기본. 밤참을 포함해 하루 4차례 제공된다. 승객이 1백명 이하로 적을 경우엔 개별 주문할 수 있는 특별서비스가 기다린다. 호기심에 유료 레스토랑에 들러본다. 가격이 예상외다. 비싸서가 아니라 무척 싸서다. 치킨윙 한 접시 3달러, 맥주 1병 3달러 정도다. 배에서는 현금이 필요없다. 객실 카드키를 사용한다. 대금은 하선 직전 자신의 신용카드로 정산한다. 배 안의 즐거움도 좋지만 기항지 여행도 큰 만족감을 준다. 짐을 따로 챙기지 않고 낮 동안 다녀오는 소풍길이 색다른 재미를 준다. 가고시마와 나가사키 기항때 각각 3가지의 여행프로그램을 선택해 즐길수 있다. 가고시마는 일본 전통의 신혼여행지. 활화산으로 유명한 사쿠라지마에서 즐기는 노천 온천은 온 몸의 피로를 말끔하게 씻어준다. 가고시마 최대 번화가인 텐몬칸토오리는 쇼핑하기에 좋다. 딱히 면세점이 아니라도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현지의 물건값이 상당히 많이 내렸다. 가고시마에는 또 타이거 우즈가 일본에서 처음 티샷을 했다는 이와사키GC 등 유명 골프장도 많다. 나가사키는 에도시대 때 외국문물을 받아들이기 위해 네덜란드 등 유럽인들을 유치했던 곳. 이 때문에 나가사키에는 소위 퓨전문화가 일찍부터 싹텄다. '카스테라'는 유럽에서 들어온 빵이 이곳에서 형태를 바꿔 자리잡은 것으로 유명하다. 또 미쓰비시조선소가 있으며 이를 폭파하기 위해 세계 2차대전 때 두번째 원자폭탄이 떨어졌던 땅이기도 하다. 일본 최초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운젠산의 산수와 지금도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유황온천은 이곳의 대표적 볼거리. 네덜란드풍으로 꾸민 하우스텐보스는 토쿄디즈니랜드에 버금가는 테마파크로 유명하다. ----------------------------------------------------------------- < 여행수첩 > 스타크루즈에서 운항하는 2만8천t짜리 수퍼스타 카프리콘호는 하나의 커다란 호텔이다. 길이 2백5m, 폭 25m인 이 배는 내부가 10층으로 이뤄져 있다. 물론 엘리베이터가 운행된다. 승무원 수만 8백명에 육박한다. 덩치가 큰 만큼 안정성도 뛰어나다. 항해 중에 멀미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다. 실외수영장, 자쿠지, 극장, 쇼룸, 헬스클럽, 농구코트, 골프연습장, 조깅코스, 보육센터, 카지노 등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서울 덕수궁 앞에서 카프리콘호의 출발지인 평택항으로 출발하는 셔틀버스(왕복 2만원)를 이용할 수 있다. 개인 차량을 타고 갈 경우 평택항 주차비는 하루 5천원. 6단계로 세분화된 스타쿠르즈사의 5박6일짜리 상품은 객실에 따라 1인당 49만9천~1백49만원선이고 2박3일짜리는 16만9천~69만9천원. 가정의달 특별행사 기간 중인 6월8일까지 5박6일 상품을 최저 34만5천원에 이용할 수 있다. 기항지 관광은 50~1백5달러. 스타크루즈 (02)1588-3800 www.starcruiseskorea.com 가고시마=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