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채권은 빼야"…"전액 출자땐 위기"..채권단.SK 출자전환 줄다리기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SK그룹이 SK글로벌 정상화를 위해 제시한 SK㈜의 출자전환 규모 1조원이 논란을 낳고 있다.
외견상 SK그룹이 대폭 양보한 것처럼 비쳐지지만 실제로는 교묘한 '숫자놀음'이라고 채권단이 반발하고 있어서다.
채권단은 지난 3월 SK㈜와 SK글로벌간 주유소 지분 매매계약을 무효화해 달라는 내용의 사해행위취소청구소송을 23일 제기하는 등 SK측을 더욱 압박했다.
워커힐호텔 등 SK 계열사 매각 여부도 논란거리다.
◆ 해외채권 포함 여부 =SK가 출자전환 규모로 1조원을 제시함에 따라 외견상으론 지난 주말 내놨던 6천7백억원보다 3천3백억원이나 늘어났다.
그러나 채권단은 SK㈜가 SK글로벌 해외법인에 갖고 있는 해외매출채권 6천억원을 포함시켰을 뿐 국내 채권의 출자전환 규모는 4천억원에 불과하다고 격분하고 있다.
채권단 관계자는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매출채권은 법적으로 볼 때 SK글로벌 본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것"이라며 "이를 SK글로벌 본사 채무로 옮긴 뒤 출자전환하겠다는 것은 본사의 빚이 아닌 것을 본사의 부채로 만들어 출자전환 규모를 불려보자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채권단은 △SK㈜의 국내 매출채권 1조4천억원 전액 출자전환 △매입채무 5천억원 현금상환 등을 거듭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SK측은 "국내든 해외든 매출채권을 전액 출자전환하면 유동성 위기가 나타날 수 있다"며 반박하고 있다.
1조원 규모도 매입채무 5천억원 상계처리 후 남는 국내외 순매출채권 1조5천억원의 66%에 달해 상거래 채권은 전액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에 비춰볼 때도 엄청난 부담이라고 강조했다.
◆ 계열사 매각 논란 =SK그룹 구조조정본부 이노종 전무는 이날 "계열사를 53개에서 10개로 줄이거나 워커힐호텔 SK생명 등을 매각하는 방안을 채권단에 제시하지 않았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특히 최태원 SK㈜ 회장 40% 등 SK측이 61.35%를 갖고 있는 워커힐호텔을 제3자에 매각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SK는 그러나 투자유가증권과 계열사 주식 매각 등을 통해 1조원대의 현금을 마련키로 한 만큼 SK글로벌이 갖고 있는 워커힐호텔 지분 9.68%와 SK생명 71.72% 등을 SK 계열사들이 떠안는 방안은 고려해볼 수 있다며 한발짝 물러섰다.
채권단은 이에 대해 "최 회장이 SK글로벌 정상화에 대한 의지표명 차원에서 사재인 상장 및 비상장 지분 전량을 내놨으므로 일부 지분을 처분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정태웅ㆍ김인식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