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10년 전쯤인 1993년 9월.


노동계의 대투쟁을 이끌던 울산 현대자동차 노조에 믿기지 않는 '대사건'이 일어났다.


이용복 당시 신임 노조위원장이 노조를 맡은 다음날부터 바로 빗자루를 들고 공장 내부를 쓸기 시작했던 것.


그러면서 조합비도 사용하지 않고 회사측과 불필요한 갈등도 피했다.


노조위원장의 변신에 회사측은 좋아했지만 노조 내부의 반발은 거셌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무엇보다 과격 노동운동에 싫증을 느낀 그는 협력적 노사관계가 올바른 방향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그가 위원장으로 있었던 2년 동안 현대자동차는 노사 갈등이 없었다.


그의 강력하고 확신에 찬 리더십이 분위기를 완전히 바꾼 것이다.


노사 현장의 안정여부는 노조 간부의 리더십이 절대적이다.


집행부의 강력한 지도력이 없으면 임금 인상 등에 대한 노조원들의 기대심리가 높은 데다 현 집행부를 견제하는 반대세력의 '흔들기'가 많아 노사 갈등을 일으키기 쉽다.


노사문제협의회가 최근 1천76개 노동조합 대표를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 결과 노사관계를 저해하는 노조측 요인으로 '노노 갈등'(26.7%)을 1순위로 꼽았다.


사실 회사와의 협상과정에서 반대세력과 강성 조합원들의 반발에 못이겨 노조집행부가 통째로 '물갈이'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노조 내 여러 계파들은 노조 선거철이면 '이합집산(離合集散)'하면서 치열한 선거전에 들어간다.


노조 내부의 분파문제는 많은 사업장들이 안고 있는 고민이다.


수만명의 조합원을 확보하고 있는 중견ㆍ대기업 노조라면 보통 3∼4개 이상의 내부 노조 조직을 갖게 된다.


조직마다 적게는 수십명에서, 많게는 수천명의 노조원이 집권을 위해 참여하고 있다.


이같은 내부 조직은 조합원들로부터 다양한 목소리를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사내 노동조직들이 세력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사사건건 현 노조집행부 흠집내기에 급급하며 조합원들의 기대심리를 부추기고 있다는 것이다.


여천공단의 A기업 공장장은 "노조 대의원 선거를 앞두고는 조직마다 한 명의 대의원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선명성 경쟁을 벌이며 회사와의 협상을 조합원 권익보다는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고 지적했다.


울산의 한 섬유회사 노조 간부는 "얻어낼 만큼 얻어냈다는 객관적 평가를 받은 합의안도 조합원 투표에서 부결되니 재협상에서 회사에 더한 요구를 내세울 명목도 없고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고 탄식했다.


[ 특별취재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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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취재팀 : 윤기설 노동전문(팀장).김홍열(산업부 대기업팀).김형호(건설부동산부).이정호(경제부 정책팀) 기자.양승득 도쿄.오광진 베이징.강혜구 파리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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