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근로자들을 보면 근면했던 70년대 한국 근로자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삼보컴퓨터 선양법인 이윤식 총경리), "중국 공회(한국의 노조)는 역량을 회사발전에 쏟고 있다."(LG전자 톈진법인 손진방 총경리), "노사분규가 일어나면 중국정부는 외국투자기업 편에 선다."(동방방직 선양법인 방석인 총경리)


중국진출에 성공한 한국 기업의 현지 법인장들은 "저임금의 풍부한 노동력을 제공하는 중국의 노동시장이 외자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근로자 노조 정부가 3위 일체가 돼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며 외자기업을 도우고 있다는 설명이다.


물론 회사측의 투명경영과 근로자를 믿고 맡기는 신뢰경영이 뒷받침될 때 이러한 노사간 협력관계는 가능하다.


랴오닝성의 성도 선양에서 수출을 가장 많이 하는 삼보컴퓨터 선양법인.


이 회사 이윤식 총경리는 "설립 초기엔 한국의 25%에 불과하던 생산성이 90%를 넘어섰다"며 "1천4백여명 근로자들이 한결같이 성실한 데다 불량품이 거의 없어 해외바이어들도 '메이드 인 차이나'에 갖는 의구심을 버린지 오래"라고 말했다.


임금도 한국의 6분의 1 수준이다.


이 총경리는 "자주 대화하고 매분기 경영실적을 공개해 사업동반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다"며 "근로자들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투명경영을 하면 노사문제가 생길게 없다"고 말한다.


임금협상은 차후 문제라는 설명이다.


중국 근로자들은 특히 배우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하다.


삼성전자 쑤저우 법인은 교육을 통해 육성한 현지인에게 주요 직책을 맡기는 신뢰경영으로 성공적인 노사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난 3월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에 기술연수를 다녀온 루슈에즈 사원은 "삼성의 핵심 엔지니어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주재원들은 스승이자 형님이자 동지다."(조우민 조립그룹장)는 현지 직원의 말에서 이 회사 노사협력관계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다.


다국적기업에 운동화를 생산 납품하는 태광실업의 칭다오법인은 정식 인가된 야간고등학교와 사내 어학교육센터를 통해 인재를 양성중이다.


9천6백여명의 근로자들을 이끌고 있는 이재찬 법인장은 "교육이 잘 이뤄지면 직원들이 일을 열심히 하며 규율을 잘 지키고 소속감도 강해진다"고 말했다.


임금인상보다는 정을 나누는 것으로 성공적인 노사관계를 정착시킨 기업도 있다.


검도복을 만드는 동경스포츠 선양법인의 안경찬 총경리는 "중국 근로자는 순수하다"며 "3백원의 임금으로도 3백만원의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3백여명이 하는 일을 한국에서는 5백명이 해야 한다"며 "중국에서는 직원들이 회사를 한가족으로 느끼기만 하면 생산성이 쑥쑥 올라간다"고 말했다.


공회 역시 근로자의 이익만을 대변하기보다는 경영을 돕는 보조기구 기능이 강한 게 중국이다.


공산당의 전위대로 준관료조직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에어컨 전자레인지 등을 생산하는 LG전자 톈진법인의 공회는 해마다 톈진시로부터 모범공회로 포상을 받고 있다.


손진방 법인장은 "중국 공회에는 현장의 근로자로부터 관리자까지 모든 중국인 직원이 가입돼 있다"며 "한국의 노조가 업무의 대부분을 조합원의 이익추구에 매달리지만 중국 공회는 회사발전에 절반의 역량을 할애한다"고 말했다.


중국에서는 공무원들이 외자기업 편에 서서 노동분규 해결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면사 등을 생산하는 동방방직 선양법인의 방석인 총경리는 98년 외환위기 때 선양경제기술개발구 관리의 도움을 잊지 못한다.


당시 조업단축으로 불안감이 확산되면서 일부 근로자들이 선동해 3일간 공장이 멈췄다.


그 때 개발구의 주임이 직접 설득에 나선 덕에 문제가 해결된 것.


태광실업 칭다오법인의 고준봉 관리이사도 "중국 정부가 인력수급을 효율적으로 대행해 주고 임금에 대해서도 지역별 최저임금제를 실시하고 있다"며 "정부가 기업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있는게 한국과 비교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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