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깔스러운 대사가 일품인 호주의 로맨틱코미디 '베터 댄 섹스(Better Than Sex·조너선 리플리츠키 감독)'가 오는 23일 개봉된다. 등장 인물들이 침대 위에서 뒹구는 베드신이 많지만 선정적인 영화는 아니다. 섹스의 쾌감보다는 섹스를 통한 남녀의 심리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이다. 줄거리는 '하룻밤 연애' 상대로 만난 두 남녀가 당초 계획을 수정해 3박4일간 동거에 들어가는 내용이다. 이 영화는 육체의 교감부터 시작해 영혼의 결합을 완성하는 남녀의 행동을 통해 '섹스보다 좋은(베터 댄 섹스)' 것이 진실한 사랑이라고 암시한다. 주변 인물들의 성경험 인터뷰를 삽입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들의 심중을 반영한 감칠맛 나는 대사로 남녀관계가 접점을 찾아간다는 데 있다. "내 친구 섹시하지? 걔랑 자고 싶어?" "같이 자고 싶지는 않아.적어도 오늘밤은." "몇명이랑 잤냐고? 31명.그중에 남자가 28명이야." "까짓거 연습 좀 한 것쯤이야 눈감아 줄 수 있어." 노골적이고 뻔뻔한 질문에 대한 답변에는 너그러움을 가장한 유머가 담겨 있다. 사랑이란 이름으로 가해질 수 있는 언어의 폭력과 이를 슬기롭게 피해가는 재치가 곳곳에 배치돼 있다. '샤인'과 '엘리자베스'의 음악감독 데이비드 허쉬펠더의 사운드트랙의 감미로움도 잊을 수 없다. 18세 이상.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