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요구를 앞세운 노조의 집단행동과 정부의 '전폭 수용'이 현 정부 들어 악순환의 고리를 빚고 있다. 이같은 '노.정 합작'은 경제의 성장 동력을 갉아먹고 '법'과 '원칙' 경시(輕視)풍조를 확대재생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로운 '한국병(病)'이 북핵과 세계 경제 침체로 가뜩이나 기진해 있는 국내 경제에 결정타를 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화물차 보조금 지급에 쓰일 돈이 1천8백억원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익집단의 실력행사를 촉발하는 도화선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 보조금 지급 '후폭풍' 우려 정부는 화물연대와의 협상 타결을 위해 올해 7월 인상되는 경유세(교통세)를 전액 보조금으로 되돌려 주기로 했다. 경유세는 현재 ℓ당 2백32원이 부과되고 있으며 7월부터 2백76원으로 44원 인상될 예정이었다. 정부는 2000년말 개정한 에너지 세제개편 계획에 따라 세금 인상분의 절반을 경영개선 보조금으로 지급해 왔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인상분의 절반인 22원만 보조금으로 지급해야 하지만 화물연대와의 합의에 따라 44원 전액을 돌려줘야 한다. 이를 위해 소요되는 예산은 1천8백억원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택시 버스 등 다른 운송업자들이다. 이종규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심의관은 "택시 업계에는 95년7월부터 부가가치세 납부액의 50%를 감면하고,버스는 중앙 및 지방정부가 별도의 경영개선 및 구조조정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설득력이 없다. ◆ 편법 동원도 마다않아 정부는 소득세법(12조)에 월정급여 1백만원 이하 생산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적용하고 있는 '초과근로수당 비과세' 혜택을 화물운송 근로자에게도 적용하기로 했다. 이들이 월 20만원씩 연간 2백40만원 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받으면 1년에 20만∼25만원 정도 세금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유사 업종인 버스 택시 운전사들과의 형평성이다. 이들도 자신을 생산직으로 분류해 세금혜택을 요구하면 거절하기가 어렵다. 레미콘차량 운전기사와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등도 가세할 가능성이 높다. ◆ 환경정책도 거꾸로 간다 경유세 인상에 따른 유류보조금 확대는 환경정책에 정면 상충된다. 대도시 공기오염의 주범 가운데 하나인 경유의 가격을 올리는 정책을 펴온 정부는 '화물운송 사업자'들의 파업을 풀기 위해 환경정책을 제물로 바친 셈이다. 앞으로 친환경적인 에너지와 차량이 외면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버스업계에도 경유세 인상분 전액 환불이라는 이번 합의가 적용된다면 경유값이 압축천연가스(CNG) 가격보다 낮아진다. 2007년까지 전국 도시지역의 경유버스 전량인 2만대를 CNG버스로 교체한다는 계획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 통행료 인하로 도로공사 '휘청' 정부는 사업용 화물차에 한해 통행료를 20∼50% 깎아주는 야간 할인시간대를 밤12시∼오전6시에서 오후10시∼다음날 오전6시로 2시간 연장해 주기로 했다. 연말까지 도로비 인하와 구간별 요금체계 개선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할인시간대 확대로 도로공사의 수입은 연간 50억원 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14조원의 누적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도로공사에 커다란 짐을 하나 더 올려놓은 셈이다. 현승윤.오상헌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