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성과기록표 도입 초기 직원들이 동요하자 회사는 직원들을 설득하는데 적극 나섰다. 균형성과기록표는 단순한 평가도구가 아니라 이를 통해 발전 방안을 찾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직원들의 의구심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실적 평가 자료를 다시 구조조정용으로 사용하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있던 것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이 작성한 개인별 균형성과기록표의 내용은 부실했다.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운 항목은 제외해 버리고 목표치도 낮게 잡았다.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업무 노하우는 빼놓고 기록표를 작성하곤 했다. 생산성이 낮게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사정을 파악한 박 회장은 공개경영을 결심하게 된다. "하나도 감추지 말고 직원들이 모두 볼 수 있게 하라"며 회사 데이터의 완전 공개를 지시했던 것. '1인당 부가가치 마이너스 5백만원….' 불평이 많던 직원들도 자료를 보고 점차 회사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다른 사람에 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그런 우여곡절을 거쳐 사내 커뮤니케이션 문제는 점차 풀리기 시작했다. 회사에 대한 신뢰도 높아졌다. 업무만족도 조사에서 '우리 경영진은 어떤 어려움도 이겨낼 수 있다'는 항목이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영자료 공개는 신뢰성을 의미합니다.요즘은 직원들이 경영자료에 큰 관심을 두고 있지 않지만 신뢰성을 쌓는데는 공개가 꼭 필요한 것 같아요."(김교연 CKO실 부장) 회사는 99년 개선된 균형성과기록표를 근거로 개별 성적순위를 뽑아봤다. 1등과 꼴등의 차이는 자그마치 4백70배. 이 때부터 경영진과 직원들은 능력에 관계없이 대우해 주는 '평등'과 능력에 따라 대우해 주는 '공평'의 문제로 고민과 갈등에 빠지게 됐다. 기독교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어 심각성은 더했다. 1년여간의 장고 끝에 내린 결론은 '공평'쪽이었다. 회사와 개인의 발전을 위해서는 '공평'개념이 유익하다고 판단하고 연봉제를 도입했다. 문제는 의지가 있는데 능력이 부족한 직원이었다. 박 회장도 "직원의 70%가 움직이게 하라"고 주문했지만 방법론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다. 이때 유용하게 활용된 학습방식이 AAR(사후행동평가)이다.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학습조직은 미 육군"이란 피터드러커의 말에서 힌트를 얻어 미 육군이 창안한 AAR를 연구,도입했다. AAR는 다섯 가지의 간단한 질문(얻고자 하는 것은? 얻은 것은? 차이는? 해야할 일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은?)으로 구성돼 있다. 직원들이 이 다섯가지 질문에 답을 쓰면 그게 바로 지식경영의 학습과정이 된다. 이해하기도 쉽고 효과도 커 직원들로부터 환영을 받았다. 이랜드는 이같은 과정을 통해 허물을 덮어주던 분위기가 사라지고 점차 성과지향문화가 조성됐다. 생산성과 직원들의 업무만족도도 높아졌다. 99년 이후에는 경기가 회복되면서 직원들이 자신감을 갖기 시작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