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에 대한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결정은 화의 개시후 5년이 지났지만 현상태로는 진로의 경영정상화를 도모하기 어렵다는 점등을 근거로 고심끝에 내린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법원이 회사정리법에 규정된 한달을 넘겨가며 40여일의 심리기간을 거친 것만 봐도 알수 있는 것으로, 종전처럼 해당기업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이 아니라 예상밖으로 외국채권단이 불시에 신청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지법 파산부 변동걸 수석부장판사는 "통상 회사 스스로 법정관리를 신청할 경우 관련자료를 회사가 미리 준비해 놓지만 이번 신청건의 경우 필요한 자료를 일일이 요청해야 했고 당사자간 첨예한 법적 쟁점도 많아 심리가 길어졌다"고 말했다. 법정관리 개시여부를 놓고 치열한 법적 다툼이 벌어졌던 만큼 향후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여러 시사점들도 생겨났다. 우선 화의절차 종료시점은 화의폐지 시점이 아니라 인가시점이라는 것으로, 진로는 화의절차가 계속중이어서 신청을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화의절차는 인가시점인 지난 98년 3월 종료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이번 결정은 해당기업이 아닌 채권자의 신청으로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진 경우로 기아자동차, 범양상선에 이어 세번째이며, 외국계 채권자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첫 사례이자 이 신청을 받아들인 첫 사례로 기록됐다. 또한 회사정리법내에 적대적 채권자가 비자발적 법정관리를 신청했을 경우를 대비해 좀더 엄격한 신청기준과 판단근거를 보강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파산부 박형준 판사는 "현행 회사정리법은 우호적 채권단에 의한 법정관리 신청을 염두에 둔 것이어서 심리과정에서 미국 사례를 찾아보는 등 애를 먹었다"며 "향후에도 유사사례가 생겨날 수 있는 만큼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번 결정이 진로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선의 방편을 찾기 위한 것으로서 이례적으로 임직원을 비롯한 이해관계인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진로가 골드만삭스에 넘어간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는 점도 잘 알고 있으나 이번 결정으로 진로의 운명이 이들에게 넘어가는 것은 절대 아니다"며 "법원은 진로를 살려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 임직원들의 협조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원 전 현대아산 개성사업단장을 관리인으로 선임한데 이어 6월30일까지 채권신고를, 7월31일까지 삼정회계법인의 실사보고를 받아 8월27일 1차 관계인집회를 갖기로 했으며, 진로의 항고권 보장을 위해 법정관리 인가여부에 대한 판단은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진로는 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공고일(15일) 기준으로 2주 내에 법원에 항고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